과도정부 참여 대상·아사드 거취 해석엔 이견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시리아 현 정부 구성원과 야권을 포함한 과도 거국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AL) 공동특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시리아 과도 거국정부는 현정부 구성원과 야당, 기타 그룹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며, 상호 동의에 기초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아난 공동특사의 요청으로 열린 이날 회의는 시리아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 외무장관들과 터키,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등 중동지역 국가 외무장관들이 참석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나빌 엘라라비 AL 사무총장,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자리를 함께 했다.
아난 특사는 합의문에 대해 “우리는 시리아의 각측이 이행을 향해 나아가고 과도정부를 구성하며 필요한 변화들을 이뤄나가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미래는 그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난 특사는 “시리아 국민들이 자신들의 피를 손에 묻힌 이들을 지도세력으로 선택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합의는 16개월째 진행 중인 시리아 유혈사태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합의안의 해석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아난 특사가 마련한 합의문 초안에는 ‘평화적인 이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과도 거국정부 구성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으나 러시아측의 요구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제네바 합의의 의미는 알 아사드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러시아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아사드는 떠나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이곳에서 해낸 것은 손에 피를 묻힌 이들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몽상을 벗겨낸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시리아의 미래에 관한 강대국들의 제네바 합의가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미국은 국제사회의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상대에 대해 제재를 포함해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결의안을 안보리에서 채택하는 작업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합의에 만족한다면서도 알 아사드 정권을 비롯한 시리아의 모든 세력이 과도정부에 참여할 수 있다며 미국 측의 입장에 반박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새로운 단계를 향한 이행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시리아 국민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이행 과정에서 어떤 세력이 배제된다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합의문서로부터 그같은 결론(아사드 퇴진)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는 작년 3월 시작된 반정부 시위와 이에 대한 정부군의 유혈진압 등으로 현재까지 1만58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