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남는다" 화상회의도 회의적
“아마 진풍경이 펼쳐질 겁니다. 화상회의로 부처간 회의나 업무협조가 가능하겠지만, 자문회의나 민간 기업과의 회의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기획재정부의 한 서기관은 자신이 속해있는 부서의 자문회의만 3개라고 했다. 대부분 민간과 부처 관계자들로 구성된 자문회의 특성상 항상 세종시에서만 회의를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자문위원들도 매우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매번 세종시로 내려오라고 부탁하기 힘든 처지다보니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일이 잦을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업무 특성상 서울에서의 일이 많다. 주요 업무 중 하나인 국회 예산심의가 연말에 잡혀 있어 이 기간 동안 고위 공무원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지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인수위원회와 대선공약과 관련한 회의가 줄을 이을 것이기 때문에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는 이중생활이 불가피하다.
부처간 회의도 문제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부처간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업무를 원활하게 협의할 수 있는 ‘디지털 행정협업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실제 적용까지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을 지 미지수다.
디지털 행정협업시스템은 출장 없이 사이버 공간에서 원거리 기관과 협의해 의사 소통 등을 원활히 하기 위한 온라인 시스템으로 다수 또는 원격지 기관 간에 ‘협업일터’라는 온라인 환경에서 업무 처리 과정 및 결과를 공유하고 메신저 또는 문자서비스(SMS) 등 다양한 의사소통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화상회의가 서버에 모든 내용이 기록되기 때문에 부처간 쟁점이 원활하게 토론될 수 있을지 공무원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화상회의라는 한계 때문에 할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결국은 서울로 올라가거나 세종시로 내려오는 일이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세종시에 내려가지 않는 부서들이나 산하기관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와대를 비롯해 예산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이 앉아서 다른 부처 공무원들을 관행처럼 오고가게 하는 일이 세종시 이전에도 계속될 경우 행정 효율은 더 나빠질 수 있다. 과천청사의 경우 기껏해야 30분~1시간 정도의 이동시간이 있었지만, 세종시는 적어도 3~4시간은 잡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를 다 까먹을 수 있다.
최근 예산설명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과천청사를 왔다갔다 하는 것도 업무에 지장이 많은데, 세종시로 내려간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새로운 협업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