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富의 편중 막으려면…

입력 2012-06-22 09:33수정 2012-06-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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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법무법인 에이펙스 상임고문

민주주의란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데 그 기본이념을 두고 있다. 따라서 한 나라의 민주주의를 가늠할 때 분배정의의 실현여부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부터 권력과 부(富)는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해 온 가치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지는 권력과 부가 국민에게 어떻게 배분되고 있느냐를 보면 판단할 수 있다.

정치민주주의의 보급에 따라 권력의 세습제는 현재 북한을 제외하고는 지구 상에서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은 아직도 미흡한 상태이다. 권력의 세습이 모순인 것처럼 부의 세습도 모순이다. 대통령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 만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재벌 회장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그의 인생이 돈방석에서부터 출발한다면 이 또한 모순이다.

우리나라의 재벌 2,3세들이 젊은 나이에 이미 수천억 원 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대학을 졸업하고 20년도 채 안되어 방 2,3개짜리 국민주택 하나 장만할까 말까 하는 나이에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변칙적인 증여나 상속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나면서부터 평생 편히 살 수 있는 부를 물려받고 또 자식에게까지 대물림해 줄 수 있다면 이것은 왕의 아들로 태어난 사람이 나면서부터 부귀영화를 누렸던 왕위세습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부의 대물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게 마련되고 철저히 시행되어야 한다.

경제민주주의의 실현없는 정치민주주의는 절름발이 민주주의에 불과하며 민주주의는 정치민주주의에 이어 경제민주주의가 실현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여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가 선결되어야 한다.

첫째, 상속증여와 관련된 세정이 제대로 시행되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관련 세제가 보완되어야 한다. 현행 세제가 제대로만 집행된다면 부의 대물림은 많은 부분 차단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웃 일본은 경제민주주의의 나라다. 일본은 당대에는 부를 축적할 수 있어도 그 부를 자손에게 세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상속 증여세 제도가 철저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세정이 지금처럼 자리 잡은 것은 세무공무원이 초상집에까지 입회하여 부의금 수입을 확인해 세금을 징수하는 등 철저하게 조세제도를 시행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땅이나 집을 상속받으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상속받은 집을 처분하거나 땅을 분할해서 파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본의 소득 분배가 잘 되어 있는 것은 이렇듯 부의 세습이 불가능한 데에서부터 연유한다.

둘째,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 우리는 부의 세습이 가능하다 보니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가가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의사가 의사 자격이 없는 아들에게 병원을 물려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병원은 자격있는 의사가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은 경영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성공한 창업주는 분명 탁월한 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아들이 꼭 탁월한 경영인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창업보다도 수성이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또한 나라경제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어야 한다.

셋째, 부를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 사회에 환원시키는 기부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재산을 모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지 말고 남모르는 가운데 음덕(陰德)을 쌓아 자손들이 이를 본받도록 하라는 옛말이 있다.

부는 자기 혼자 창출한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천지자연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육신을 마지막에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과 같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위가 아니겠는가?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에 기초하여 개인의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상 그 어떤 경제체제보다 우월한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부의 편중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여 부의 편중을 막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해결하지 않으면 아니 될 국정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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