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 대해부]올까지 60만가구 공급한다더니…착공률 불과 13%

입력 2012-06-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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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된 보금자리

“서민들의 주택 마련의 꿈, ‘보금자리’로 책임지겠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발표한 것은 2008년 9월. 주변 시세보다 15%에서 최대 50%까지 싼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서민들이 열광했다. 2009년 9월 처음 선보인 서울 강남과 서초지구 아파트는 분양가가 3.3㎡당 1000만원대로 시세의 반값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보금자리주택이 뛰는 집값은 잡는 사이 전셋값이 폭등했다.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자 분양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도 ‘자가당착’에 빠졌다.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내놨더니 부동산 시장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지자체·시민들의 지구지정 반대로 보금자리주택 공급실적은 목표치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 사업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 받는 어두운 단면이다.

▲서울시 강남구 세곡동, 자곡동, 율현동 일원에 건설중인 서울강남보금자리지구 2BL. 85㎠이하 분양주택 912세대가 건설되며, 현재 8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사업승인 후 미착공 90% 육박…올 공급도 미미= 정부는 2008년 9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2018년까지 전국에 보금자리 주택 15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수도권은 100만가구, 지방 50만 가구 였다. 특히 2012년까지 수도권에 32만 가구, 전국에 60만 가구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수도권 보금자리 조기공급 계획이다. 하지만 그린벨트(GB)를 풀고 짓는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 계획은 이미 포기 한지 오래다. 실제로 올해 수도권 GB지구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사업승인)은 2만 8000가구 뿐이다.

매년 8만가구를 공급해야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나 한참 모자란 수치다. 지난해 국토부 스스로도 조기 공급 포기를 자인한 바 있다.

보금자리 공급 실적도 초라하기 짝이없다. 2009년 사업 첫해(14만 6000가구)를 제외하고는 연초 계획을 달성한 해가 한 번도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0년 18만가구 목표에 16만 5000가구 , 2011년 15만가구 목표에 12만 6000가구로 공급실적으로 목표치에 한참 미달했다. 올해도 15만가구 공급 목표를 내놨지만 상반기누적 공급 실적이 거의 없어 목표달성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도권 GB지구 보금자리 공급실적은 더 형편 없다. 역시 연초 대비 목표 실적을 달성한 해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지난해 공급물량이 8000가구에 그쳤다. 작년 과천지식정보타운, 광명시흥, 고덕강일 등 보금자리지구가 지자체나 시민들의 지구지정 반대로 사업승인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쏟아지다보니 집값 하락을 우려한 지구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기를 든 까닭이다.

착공실적도 신통치 못한건 마찬가지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2011년 3년간 보금자리주택 사업승인 물량은 43만7000가구다. 하지만 실제 착공된 물량은 5만8000가구(분양 3만6000가구·임대 2만2000가구)로 전체 승인 물량의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87%인 38만9000가구는 미착공 물량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전세난민’양산에도 하반기 또 지구지정 = 이른바 반값 아파트 열풍은 집값 안정에는 기여 했지만, 전셋값 폭등의 부작용을 불러왔다. 무주택자들이 로또 당첨을 위해 전세입자로 눌러앉으면서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부작용은 GB 내 보금자리가 대거 들어서는 수도권이 가장 심각했다. 실제로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보금자리 시범지구 사전예약이 있던 2009년 10월 대비 서울시 매매가격은 6.32% 하락한 반면 전셋값은 24.77%나 올랐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대기수요가 넘치다보니 수도권에선 미분양아파트가 오히려 늘었다. 2008년 말 2만6928가구던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는 2010년 말 2만9412가구까지 증가했다.

올 4월 현재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는 2만6115가구로 소폭 감소했으나 시장 상황이 나아졌다기보다 가격인하와 함께 공급물량 감소에 따른 자연 감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같은 기간 13만8671가구이던 지방 미분양아파트는 2010년 말 5만9294가구로 감소했고 올 4월엔 3만5270가구까지 줄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업추진 의지를 굳히지 않고 있다. 시장에 미치는 역효과가 통계치로 확인되고 있는 데도 집값 안정 효과를 내세워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 국책사업인 보금자리주택 후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정부는 올해 하반기 보금자리 지구를 신규로 지정키로 했다.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2곳이 지정된 만큼 이번에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역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 규모는 1000가구 이상으로 잡고 있다”며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으로 무주택 수요자들이 선호할 만한 후보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 정책 목표를 상실한 만큼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해야한다고 말한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서울 요지의 보금자리 주택은 당첨 자체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사실상 보금자리주택이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금자리주택은 임대위주로 지어야 한다. 특히 최근 시장 여건을 감안해 큰 사업 그림을 다시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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