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를 하고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이른바 ‘임의비급여’도 의학적 필요성 등이 입증되면 조건부로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05년 임의비급여는 어떤 경우라도 허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종전 판례(2003두13434)를 뒤집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8일 가톨릭대학교 부속 여의도 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등 취소소송 상고심(2010두27639, 27646병합)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먼저 “모든 국민이 보험혜택을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한 국민건강보험제도 취지에 비춰 임의비급여 진료는 원칙적으로 부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진료행위가 의학적 안정성과 유효성뿐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고, 가입자 등에게 동의를 받는 등 엄격한 요건 아래 병원 측이 이를 증명했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 판결은 이같은 엄격한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한 병원 측의 증명이 부족하다"면서 사건을 원심에서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여의도 성모병원은 지난 2006년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며 임의비급여 치료를 하고 의료비를 부당 징수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96억9000만원을 내고 부당급여 19억 3800만원을 환수라는 처분이 내려지자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백혈병 등 환자들에 대한 임의비급여 치료가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고 이를 금지할 경우 의사의 진료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한다”면서 성모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측은 "이번 판결은 기존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요양기관이 의료현장에서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의 틀을 벗어나 진료하고, 그 비용을 환자 측으로부터 받는 것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복지부 측은 “급여·비급여 체계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며 “앞으로도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의료계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