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422개의 오아시스를 간직한 ‘텅그니 사막’

입력 2012-06-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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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특별한 공간이다. 일망무제로 뻗은 모래 사구에 서있으면 일상에서 좀처럼 들리지 않던 내 목소리가 들린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이란 책을 보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문화에서는 방황이 일종의 성년 의례로, 젊은이는 혼자서 사막을 헤매고 다니며 자기 자신의 고유한 성격과 장점을 깨닫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자기 인생에서 나침반 바늘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적혀있다.

인디언들 역시, 오래전부터 아이를 키울 때 초원이나 숲, 사막에서 홀로 있는 시간을 배려했다고 한다. 웅장한 자연에는 인간을 부드럽게 다독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와 같은 자연에서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이러한 ‘자기 확인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마음이 위축되기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겸손’임을 깨닫는다.

사막에서 하루 이틀을 보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나 역시 첫 번째 사막여행에서 벅찬 감동을 경험했다. 폐허처럼 거칠고 황량한 사막이 이리도 아름다울 줄이야! 개발되지 않은 순수 사막의 금물결에 홀딱 반했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사구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나를 돌아보고 나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나는 사막 여행 예찬론자가 되었다. ‘일생에 한 번은 사막을 여행하라’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올봄 중국의 영하회족자치구 은천에 진에어가 취항하고 내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흔히 사막하면 중동이나 몽골, 내몽고를 떠올리기 쉽지만, 은천이야말로 ‘개발되지 않은 순수 사막’으로 가는 교두보다. 은천에서 200km 떨어진 거리에 ‘텅그리 사막’이 있다. 차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몽골어로 ‘하늘처럼 끝없이 드넓다’라는 뜻을 가진 텅그리 사막은 중국에서 4번째로 큰 사막이다. 도시와 가장 인접한 사막이면서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했다. 사구의 높이가 지나치게 높지 않아서 아이들이 사막횡단 체험을 하기에도 더 없이 좋다. 사구 사이로 422개의 크고 작은 오아시스가 존재하고, 호수 주변으로 초원과 갈대 식물이 자생한다. 덕분에 사막 중에서도 양과 낙타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다.

텅그리 사막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오아시스로 손꼽히는 월량호(月亮湖)에는 아담한 리조트가 있다. 리조트라고 해서 휘황찬란한 시설을 갖춘 것은 아니다. 온종일 모래바람 맞은 몸을 씻고 지내기에는 더없이 좋다. 또, 리조트에서 진행하는 낙타 체험, 사막 가이드와 사막횡단 체험이 매우 알차다. 여름이면 오아시스에서 무료로 수영이 가능한데, 오아시스 바닥의 흙은 몸에 바르면 그대로 천연팩이 된다. 인체에 유용한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월량호는 셀레늄, 칼륨, 천연소다 등 10여 종의 광물 원소를 함유했을 뿐 아니라, 탁월한 정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흐려본 적이 없고, 강수량이 적어도 수량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사막 한가운데서 지켜보는 자연의 변화는 황홀하다. 온 세상이 타들어갈 것처럼 붉게 지는 노을, 곧 어스름이 찾아오고 사막에 짙은 어둠이 내리자 까만 도화지로 변신한 하늘. 그리고 점점이 빛을 내뿜는 무수한 별들. 어느새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별무리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던가!’ 경탄한다.

텅그리 사막에서 이틀은 황홀한 풍경만이 아니라, 내게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선물했다. 거대한 사막에서 모래알처럼 작은 나를 발견하고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걸 체험했다. 시인 워즈워스가 ‘나는 작아진 느낌을 얻기 위해 사막으로 출발한다.’던 깊은 뜻을 실감했다. 비로소 ‘주어진 삶 앞에서 겸손할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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