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가 ‘개헌’ 사항으로 현실의 벽 만만찮아 당내서도 “처음부터 무리수” 지적
새누리당이 국회의원의 6대 특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지만,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헌법을 뜯어고쳐야 하는 것이 상당수인데다 당 안팎으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이 의원 쇄신대상으로 삼은 6가지는 △불체포 특권 포기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영리목적 겸직 금지 △종신연금 개혁 △국회폭력 처벌 강화 △윤리특위에 민간인 참여 등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무엇 하나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을 만한 게 없는 현실이다.
먼저 불체포 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것이어서 논의 자체가 쉽지 않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아 대국민 선언 형식으로 권한을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기에 보여주기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선 국회 개원이 지연되는 현 상황에서도 의원들은 임금을 포기해야 한다.
김성태 의원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인 9일“원내교섭을 책임졌던 지도부는 책임지지 않고, 초선의원 줄 세우기를 통해 국민들에게 깜짝쇼로 연찬회를 끌고 온 지도부는 정말 무책임하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이 원칙을 총선공약으로도 내걸었던 만큼 제도와 상관없이 당장 이번 달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의원들이 얼마나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종신연금 폐지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당에선 소급적용까지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당장 헌정회에서 전직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쳐 곤혹스런 상황이다.
국회법 개정사항인 국회폭력 처벌 강화 문제도 새 법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다. 전날 ‘국회 쇄신 태스크포스(TF)팀’ 팀장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최루탄이 터져도 아무도 고발도 않는 상태에서 따로 법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다”며 “현재의 법만 잘 지켜도 무리가 없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엄격하고 공정한 징계를 위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하는 문제도 골칫거리다. 헌법상 ‘국회는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는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 영리목적의 겸직 금지 조항이다. 이는 당헌·당규 개정만으로도 충분히 겸직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야심차게 내놓은 쇄신안이 겉돌자 당내에서도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처음부터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충분히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했어야 하는데, 대선이 다가오니까 너무 서두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지키기 힘든 약속을 해버렸다”며 “이러다 대선에서 크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 지도부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면서도 아직 시작단계인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쇄신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벌써부터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하는 건 좀 성급한 주장인 것 같다”며 “다수가 실천의지를 갖고 참여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