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영화 ‘차형사’가 개봉했다. 400만 흥행 기록을 쓴 신태라 감독-강지환 콤비가 재결성했다. ‘대놓고 웃기겠다’는 코드가 넘쳐났다. 실제로 너무 웃긴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망가짐에 가까운 이 코믹 영화에 전직 요정이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배우 성유리였다. 개봉 5일째가 지난 4일 기준으로 49만 명을 넘어섰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일단 ‘차형사’ 출연 결심 배경이 궁금했다. 성유리가 핑클로 활동할 당시 주요 팬 층인 30대 중후반 남성들이라면 ‘차형사’를 보고 적잖이 놀랄 것이다. 기억 속 성유리는 온데간데없다. 그냥 ‘코믹 전문 여배우’만이 스크린을 활보한다.
주연 강지환의 추천이 있었다지만 ‘차형사’ 속 성유리가 맡은 ‘고영재’ 캐릭터가 단지 추천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배역은 절대 아니다. 코믹 영화 특성상 감정 선을 따라가기 보단 상황에 맞는 리액션과 애드리브를 구사할 줄 알아야 했다. 때문에 조금의 틈만 보여도 깐깐한 대중들의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부담이 큰 역할이었다.
너무나도 기다린 캐릭터였기에 성유리는 맘먹고 달려들었다. 극중 그가 출연하는 첫 장면인 ‘엘리베이터 신’에서의 가발과 레이디 가가풍의 의상은 순전히 그의 아이디어였다. 특히 극중 의상 대부분을 직접 디자인 했단다. 성유리는 “디자인까지 했다고 하니 다들 놀라시던데 막상 닥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성유리는 “지환 오빠의 망가진 모습을 보고 ‘더 해야 하나’란 생각도 분명 있었다”면서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본 뒤에는 ‘그때 좀 더 막나가 볼 걸’이란 후회가 들었다. 성격이 소심해서 닥치면 잘 못하고 또 지나가면 후회하는 스타일이다”며 표정에서부터 아쉬움이 베어 나왔다.
연예인이 자신을 두고 소심하다며 자폭성 발언을 한다. 실제 성유리는 인터뷰 내내 눈을 잘 맞추질 못했다. 웬만한 질문에는 부끄러운 웃음으로 대처했다. 조금만 칭찬을 해도 얼굴이 홍당무로 변했다. 어떻게 이런 배우가 ‘차형사’ 같은 대놓고 코미디 영화에 출연할 용기를 냈을까.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때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연예인’ 자체에 회의감도 들었다고 고백한 성유리. 아주 순간이었지만 연예계 생활을 그만 둘 맘도 먹었었다. 하지만 ‘차형사’로 하여금 연기에 맛을 아주 조금은 정말 조금은 알게 된 듯하다며 웃는다.
성유리, 한 때 대한민국 인기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인기가 비난으로 뒤바뀌어 그를 괴롭히기도 했었다. 배우 전업에 대한 후회도 밀려왔다. 그렇게 10년이 흘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성유리는 배우의 길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차형사’가 ‘배우 성유리’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