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유리 "소심한 내가 '차형사'에서 망가진 이유?"

입력 2012-06-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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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이란 기자
한때 ‘성유리’와 ‘요정’은 같은 말인 줄 알았다. 걸그룹 핑클 멤버로 활동하면서 전 국민의 요정으로 떠오른 그에게 다른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당시 감히 누가 성유리의 ‘요정설’에 ‘딴지’를 걸 용기가 있었겠나. 그렇게 절대 인기를 자랑하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무대를 내려와 연기에 도전했다. 그와 동시에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가 추락하듯 그의 인기는 곤두박질쳤다. 온라인에는 대놓고 그의 연기를 폄하하는 글이 넘쳐났다. 배우란 타이틀을 힘겹게 유지하며 그렇게 10년이 흘렸다.

지난 30일 영화 ‘차형사’가 개봉했다. 400만 흥행 기록을 쓴 신태라 감독-강지환 콤비가 재결성했다. ‘대놓고 웃기겠다’는 코드가 넘쳐났다. 실제로 너무 웃긴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망가짐에 가까운 이 코믹 영화에 전직 요정이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배우 성유리였다. 개봉 5일째가 지난 4일 기준으로 49만 명을 넘어섰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성유리는 꽤 상기된 표정이었다. 연기 인생 처음으로 주변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두 번 봤다. 언론 시사회 날은 긴장 되서 재미있는 줄도 몰랐는데, 최근 함께 본 지인들이 너무 웃어줘서 재미있는 것 같더라”며 부끄러워했다.

일단 ‘차형사’ 출연 결심 배경이 궁금했다. 성유리가 핑클로 활동할 당시 주요 팬 층인 30대 중후반 남성들이라면 ‘차형사’를 보고 적잖이 놀랄 것이다. 기억 속 성유리는 온데간데없다. 그냥 ‘코믹 전문 여배우’만이 스크린을 활보한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성유리는 “지환 오빠 아니면 나한테 ‘차형사’는 절대 없었을 것”이라며 “함께 드라마 ‘쾌도 홍길동’에 출연한 뒤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는데, 내 진짜 모습을 아는 오빠의 강력 추천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연 강지환의 추천이 있었다지만 ‘차형사’ 속 성유리가 맡은 ‘고영재’ 캐릭터가 단지 추천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배역은 절대 아니다. 코믹 영화 특성상 감정 선을 따라가기 보단 상황에 맞는 리액션과 애드리브를 구사할 줄 알아야 했다. 때문에 조금의 틈만 보여도 깐깐한 대중들의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부담이 큰 역할이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그는 “배우 전업 뒤 지금까지 내겐 ‘캔디’형의 배역만 들어왔다”면서 “변신에 대한 갈증이 너무 컸었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란 생각이 너무 컸고 그런 와중에 ‘차형사’가 들어왔다. 안할 이유가 없었다”며 웃는다.

너무나도 기다린 캐릭터였기에 성유리는 맘먹고 달려들었다. 극중 그가 출연하는 첫 장면인 ‘엘리베이터 신’에서의 가발과 레이디 가가풍의 의상은 순전히 그의 아이디어였다. 특히 극중 의상 대부분을 직접 디자인 했단다. 성유리는 “디자인까지 했다고 하니 다들 놀라시던데 막상 닥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며 손사래를 쳤다.

▲사진 = 고이란 기자
그렇게 요정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날 것’ 그대로의 자신을 카메라 앞에 오롯이 던진 성유리. 그의 표현대로라면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는 격’이었다. 영화 속 모습만으로도 여러 언론은 ‘파격’이란 단어를 연이어 올리는데, 그는 오히려 아쉬웠단다.

성유리는 “지환 오빠의 망가진 모습을 보고 ‘더 해야 하나’란 생각도 분명 있었다”면서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본 뒤에는 ‘그때 좀 더 막나가 볼 걸’이란 후회가 들었다. 성격이 소심해서 닥치면 잘 못하고 또 지나가면 후회하는 스타일이다”며 표정에서부터 아쉬움이 베어 나왔다.

연예인이 자신을 두고 소심하다며 자폭성 발언을 한다. 실제 성유리는 인터뷰 내내 눈을 잘 맞추질 못했다. 웬만한 질문에는 부끄러운 웃음으로 대처했다. 조금만 칭찬을 해도 얼굴이 홍당무로 변했다. 어떻게 이런 배우가 ‘차형사’ 같은 대놓고 코미디 영화에 출연할 용기를 냈을까.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그는 “연예인 생활이나 개인사 모두 큰 사건 없이 잔잔한 물결처럼 이어져 왔다”면서 “그런 외적인 면에 반해 내 안에는 항상 액티브한 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점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해봐서 속앓이가 좀 심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차형사’ 출연이 내겐 일종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고 말했다.

한때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연예인’ 자체에 회의감도 들었다고 고백한 성유리. 아주 순간이었지만 연예계 생활을 그만 둘 맘도 먹었었다. 하지만 ‘차형사’로 하여금 연기에 맛을 아주 조금은 정말 조금은 알게 된 듯하다며 웃는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성유리는 “얼마 전까지 해외에 나갈때는 출입국 심사카드 직업란에 그냥 ‘학생’이라고 적었다”면서 “이젠 ‘배우’라고 적어도 되지 않겠냐”며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성유리, 한 때 대한민국 인기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인기가 비난으로 뒤바뀌어 그를 괴롭히기도 했었다. 배우 전업에 대한 후회도 밀려왔다. 그렇게 10년이 흘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성유리는 배우의 길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차형사’가 ‘배우 성유리’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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