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로동당 입당·왕재산 사건 때와는 다른 국면 통진당 부정경선 계기로 ‘종북’에 대한 인식 새로워져
19대 국회의 첫 화두는 기대와 달리 ‘민생’이 아닌 ‘종북’이 되고 말았다. 끊임없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 경기가 큰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경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포지티브보다는 네거티브가 선거에 더 효율적이라는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현재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종북주의 행태가 논란이 된 데 이어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까지 “탈북자는 변절자”라는 발언으로 가세하면서 이들의 종북 성향을 비판하는 새누리당과 반격에 나선 야당의 싸움으로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은 이·김 의원의 제명을 추진 중이고, 민주당은 이를 ‘색깔론’으로 치부하며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2002년 방북을 두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입장에서 종북 이슈를 키우는 건 당연하다”며 “이념구도가 만들어져야 ‘정권심판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민주당이 역공에 나선 것을 두고 “불씨를 살리려는 새누리당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이념논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와 다르게 야당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을 소위 ‘보수꼴통’으로만 분류했던 젊은 세대에서도 이번만큼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리얼미터가 지난 달 29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의 사상검증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8.3%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8.3%에 불과했다. 지지정당별로도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지지층에서 사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 반해 야권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답보내지는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종북주의에 대한 비판여론이 크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엔 당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92년 북한 조선로동당에 현지입당하고 당원부호 ‘대둔산 820호’를 부여받은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지만, 여론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또 대표적인 친북주의자 김선동 의원이 통진당(옛 민주노동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할 때나 열린우리당 출신으로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전 의원의 비서가 왕재산 사건 수사를 통해 간첩으로 확인됐을 때에도 지금처럼 떠들썩하진 않았다.
이는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을 계기로 종북의 비민주성과 위험성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드러난 것이 주된 이유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옛날에는 새누리당이 아무리 종북의 위험성을 알리고 종북주의자들을 비판해도 그저 색깔론으로만 보았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통진당의 선거부정 사건이 드러나면서 종북주의자들에 대해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