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 국제경제부장
나토는 1949년에 설립됐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2국과 유럽 26국이 회원국이다.
회원국 중 핵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3국에 달한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한 서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힘을 모아 군사적으로 뭉친 것이 바로 나토다.
2차 대전 이후 소련의 위협은 서유럽 국가들에게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였다.
서유럽 국가들은 전쟁 이후 미국의 마셜플랜으로 경제회복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소련의 침공에 대비할 수 있는 군사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다른 국제기구와 마찬가지로 나토 역시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나토의 예산분담률에서 미국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나토의 재정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련은 바르샤바조약기구(WTO)로 나토에 대응했다. 1955년 창설된 WTO는 소련을 비롯해 폴란드 동독 헝가리 등 모두 9국이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나토는 민주주의와 공산 진영의 갈등이 빚어낸 집단방위체제로 요약할 수 있는 셈이다.
요즘 나토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미국과 유럽은 유럽미사일방어시스템(MD) 계획을 세웠고 러시아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험발사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최근 나토와 러시아의 움직임을 보며 신냉전의 조짐을 느낀다면 섣부른 감이 있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냉전 이후 국제사회의 질서를 재정립할 때까지 주요국의 샅바싸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주도로 이뤄지는 이같은 힘겨루기의 결과에 따라서 국제사회의 패러다임은 다시 정해질 것이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했던 미국처럼 앞으로 한 나라가 질서를 잡을 가능성은 낮다.
3선에 성공하며 ‘차르’로 화려하게 복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첫 해외순방국으로 중국을 택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푸틴은 지난 18일 미국서 열린 주요 8국(G8) 정상회담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대신 보내고 자신은 6월초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내각 구성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G8 정상회담의 불참 이유였다.
그의 중국행을 나토가 추진 중인 유럽 MD 시스템 구축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시각이다.
러시아 야권의 푸틴 반대 시위에 대해 미국이 지지의사를 밝힌 것도 푸틴을 빈정상하게 했을 수 있다.
푸틴의 방중은 특히 대외정책의 최우선 대상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중국에서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6월5일부터 7일까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SCO는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001년 출범시킨 외교안보 협력기구다.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강대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푸틴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는 9월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오바마가 밝힌 불참 이유는 비슷한 시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이라지만 APEC 정상회의 일정이 확정되기도 전에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두 정상은 6월18일 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난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는 물론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사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수두룩하다.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놓고 펼쳐지는 정상들의 기싸움을 보는 것이 흥미롭지만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