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의 양이나 질과는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의료비를 지급하는 포괄수가제는 회전초밥집에서 뭘 먹든지, 또는 갯수에 상관없이 같은 비용을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2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포괄수가제는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해 있다. 진료비가 정해져 의사들이 재료비나 검사료, 치료비를 아끼는 경우 치료 생략, 조기 퇴원, 값싼 의료품 사용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괄수가제는 의료행위에 따라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질병·시술에 포괄적으로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치료 과정에서 입원일수, 주사, 검사 등이 추가돼도 질병군에 따라 일정금액만 지불하게 된다. 2002년부터 선택적으로 도입됐으며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의협은 이날 포괄수가제는 진료량이 늘어날수록 순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에 정부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할 좋은 제도”라고 지적하며 적절한 보완 장치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포괄수가제 시행의 보완점으로 의협은 △적정한 수가 개선 △환자의 경·중 분류 △과소진료 방지를 위한 행위료 분리 △진료 질 평가를 위한 모니터링 등을 제시했다. 환자분류 체계를 지금보다 세놔하고 과소 치료가 이뤄지지 않도록 의사의 진료 행위는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노 회장은 “그동안 의사들이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로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과잉진료 등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과잉진료를 없애려면 그 근본 원인인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진료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이날 일각에서 제기된 의료계의 파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되지만 마지막 상황에서 국민의 동의가 있다면 그럴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파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노 회장은“세계 어느 나라도 의사의 선택권을 배제한 채 강제 시행하는 곳은 없다”며 “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합의를 이유로 시행을 추진하면 건정심에서 탈퇴하겠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의협은 오는 24일 열리는 건정심에 일단 참석해 정상적으로 협상에 임하되 끝내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