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떠넘기기…금융지주자들은 말 아끼며 속앓이만
금융당국, 4개 저축銀 금융지주사에 인수 요청
금융지주, 대놓고 “못한다” 말못하며 속앓이만
“부실 저축은행 대책은 관치금융 폐해를 국민에 안기는 것이다”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이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을 넘기려 하자 본격적인 ‘선 긋기’에 나섰다. 금융시장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힌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나선 금융당국의 대책이 과거 관치금융을 빼닮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가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저축은행 문제에 시중은행들을 앞 세우지 말라는 경고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 영업정지된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을 금융지주사에 넘기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이어 저축은행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힌 신한지주와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에 ‘적당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이런 방침을 세운 것은 부실한 저축은행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금융지주사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건설사나 기존 저축은행 등에 넘기면 또 다시 불법대출 등의 폐단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솔로몬, 한국, 미래저축은행과 같이 큰 규모의 저축은행 인수는 금융지주사 외에는 인수 후보로 나설 사업자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 몫하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을 정상화하려면 최소 3000억원, 한국저축은행은 2000억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금융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아무리 인수 후보를 확대하려 해도 4대 금융지주사밖에 대안이 없다"며 "이들에게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인수해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사들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안팎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해 달라는 사인을 받긴 했는데 당국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인지 해석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내부적으로만 추가인수 요구에 대해선 최대한 ‘방어’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저축은행 회생방안이 또 다시 ‘은행 팔만 꺽는’관치금융의 원흉이라는 속내만 애써 감추고 있는 눈치다.
금융계는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형은행과 고위험의 서민금융을 전담하는 저축은행이 서로 다른 업무 영역으로 나뉘고 있는데, 부실 저축은행이 발생될 때 마다 대형 은행들이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에서 관치를 떨쳐 버릴 수 없다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나씩 인수한 4대 금융지주에게 저축은행은 ‘애물단지’다. 인수 뒤에도 부실자산이 계속 드러나면서 투입비용은 늘고 있지만, 수익 모델은 아직 찾지 못했다. 카드론·현금서비스·캐피탈 등 기존 금융지주 계열사들과 영업 대상이 겹치는 점도 골칫거리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지난해 사회공헌 차원에서 인수한 저축은행 챙기기도 버거운 마당에 또 다시 인수설이 불거지고 있어 나감하다”며 “1금융권에서 신용 4~6등급의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려면 신용평가시스템 완비 등에 비용이 계속 투입되고, 뚜렷한 사업 모델도 없어 저축은행이 경영구도에 제외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