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일 속 숨은 경제학
화려하고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한 가득 치장한 백화점을 본 당신. 그런데 ‘세일(SALE)’이라고 적힌 빨간 색 현수막 글씨가 눈에 들어온 순간 당신의 발걸음은 백화점으로 향하고 있다. 비싸고 고급스런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오늘도 세일에 현혹돼 물건을 구매하고 후회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백화점이 왜 세일을 하는지 의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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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가격 탄력성’이 작용해서다. 가격 탄력성은 하나의 동일한 상품에 대한 사람마다 지불용의가 다름을 말한다. 예를 들어 원가 1만원 짜리 티셔츠를 누군가는 5만원에 구매할 용의가 있으며 누군가는 10만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을 수 있다. 백화점의 입장에서 지불용의가 큰 부류와 적은 부류 모두에게 파는 것이 매출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여기서 티셔츠의 물량은 200장이라고 가정하면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5만원에 200장을 판다면 백화점은 1000만원의 수익을 번다. 반면 처음에 100장은 10만원에 팔고 이후에 5만원에 세일해 100장을 판다면 총 1500만원이므로 앞의 경우보다 500만원을 더 번 셈이다. 세일을 했을 때 백화점의 매출이 오르고 있다.
덧붙여 이러한 가격 탄력성은 수요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값이 싸졌을 때 얼마만큼 수요가 변하하는 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많아지고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
쌀, 기름과 같은 필수재는 가격이 올라도 수요에 변함이 적어 가격 탄력성이 작다. 반대로 골프채, 전자제품 등 사치재는 가격이 오르면 언제든지 구입을 중단할 수 있어 가격 탄력성이 크다.
백화점은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많아지는 사치재를 세일 상품으로 내놓게 된다. 그래서 백화점 세일의 상품들은 패션의류, 침구류, 보석류 등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할인행사, “첫 3일을 잡아라” = 계절마다 여는 정기세일은 항상 17일간 이뤄진다. 그리고 백화점은 세일 기간의 시작부분과 끝 부분의 세일 물량을 다르게 방출한다. 궁금하지 않은가? 일단 백화점은 17일을 크게 3등분해서 5일, 5일, 7일로 나눈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백화점 정기세일이 항상 금요일로 시작하는데 첫 5일(금,토,일,월,화), 두 번째 5일(수,목,금,토,일), 세 번째 7일(월,화,수,목,금,토,일)로 나눴을 시 매번 주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량은 세일 시작기간에 가장 많은 물량을 방출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기간은 세일이 시작되는 첫 주말 3일로 물량이 가장 풍부할 뿐만 아니라 대형 행사가 집중되는 때임을 알고 있는 고객들로 가장 많이 붐빈다”며 “또 주말에 많은 매출이 발생함을 감안해 주말에만 진행하는 사은행사나 이벤트를 따로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전체 세일행사별로 살펴보면 여름 세일(7월)과 겨울 세일(1월)은 시즌성이 강한 상품으로 재고를 많이 남기지 않기 위해 가능한 많은 브랜드들이 세일에 참여해 물량이 많다.
◇세일때 산 물건, 당신은 합리적 소비자? = 사람들은 세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구매욕구가 일어난다. 이러한 심리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거래효용(transaction utility)’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물건의 가격과 소비자가 생각하는 가격 사이의 차이로 통상 이 차이가 클수록 소비자의 구입욕구나 만족도는 높아진다.
거래효용의 대표적 사례가 백화점 바겐세일이다. 사람들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괜찮은 물건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한다고 생각하니 만족감이 커지면서 세일할 때 사야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구매를 결정하게 한 요인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끼는 가격인 것이다. 그러나 ‘싸게 잘 샀다’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로 연결되는 지는 의문을 품어봐야 한다.
정말 그 물건이 세일을 하지 않아도 사야 했다면 경우가 다르지만 실제 그 물건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음에도 세일하기에 구매를 했다면 당신은 ‘거래효용’의 심리적 작용에 그만 넘어가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