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24시] 도메인 사업 넘어 ERP로 영토 확장

입력 2012-05-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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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호스팅 업체 후이즈

“1999년 개인 소유의 엑슨모빌닷컴 도메인을 글로벌 기업 ‘엑슨모빌’이 10억원에 샀다.”

“2000년 코리아닷컴 도메인 소유권을 두루넷이 60억원에 샀다.”

국내에서는 자산 가치가 있는 도메인 시장의 가능성을 누가 가장 먼저 발견했을까. 1990년대 말 벤처 붐이 한창이던 시절, 국내에서 ‘도메인’ 사업을 최초로 시작한 이는 바로 후이즈 이청종 회장이다.

20만원으로 창업한 그는 도메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창업 2년 만에 50억원을 벌어들였다. 현재 50% 이상 점유율을 자랑하며 청와대를 비롯해 삼성, LG, 현대, 포스코 등 150여개 기업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 20만원 창업 후이즈…2년 만에 50억원 =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힘들던 시기 이청종 회장은 다니던 건설회사를 과감히 그만뒀다. 회사 한 켠에 붙어 있던 ‘Cut the knot(풀리지 않는 매듭은 끊어라)’라는 문구를 보고 힘을 얻어 꿈을 쫓기로 한 것이다.

매듭은 끊었지만 이후의 답이 없던 이 회장은 생존을 위해 창업이 불가피했다. 그는 비즈니스 아이템 아이디어로 약 40가지를 생각해냈다. 아무리 간단한 아이템도 1억원이라는 최소한의 자금이 필요했다. 결국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지식을 파는 사업’을 택했다. 그는 막연하게 인터넷 시장이 커질 것을 예상하며 ‘도메인’시장의 가능성에 매료됐다.

그는 “아무도 모르는 도메인과 관련한 내용을 공부했고 책으로 썼다”며 “출간하는 대신 사이트에 그대로 옮겨 국내 최초 도메인 정보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바로 국내 최초 도메인·호스팅 업체인 후이즈다. 창업 비용은 단돈 20만원.

후이즈는 사이트 오픈 2주 만에 엑슨과 모빌이 합병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대 전환점을 맞았다. 한 한국인이 합병 보름 전 ‘엑슨모빌닷컴’ 도메인을 미리 사 둬 10억원을 벌어들이면서 ‘도메인의 재산가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후이즈 방문자 수는 하루 2000명을 넘어섰고 오픈 한 달 만에 1000만원을 벌었다. 아파트 방 한 켠에서 단돈 2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0개월 만에 테헤란로에 입성했다. 창업 2년 만에 매출 50억원을 돌파하는 신화를 탄생시켰다.

◇ 짝퉁 후이즈 탄생·5년 억지 검찰수사…다사다난했던 13년= 급성장하던 후이즈는 어느 순간 위기를 맞는다. 방만해 진 탓도 있지만 주변의 시기와 질투가 후이즈의 발목을 잡은 것. 정부가 도메인 시범사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를 후이즈가 인수하려고 시도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독일 ERP 솔루션 기업 SAP을 이기는 것이 목표다." 이청종 후이즈홀딩스 대표가 지난달 30일 구로구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고이란 기자)
자금이 부족했던 이 회장에게 투자를 제안했던 A가 오히려 그 회사를 사버린 후 후이즈 인수도 제안하는 적반하장 사태가 벌어진 것. 결국 2년 후에는 억지 검찰 수사에도 휘말렸다.

5년 동안 끌어온 검찰 수사 결과는 ‘무죄 판결’이었다. “한국은 참으로 중소기업이 사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고 이 회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이 사건 외에도 후이즈 사이트 콘텐츠를 100% 베껴 이름만 달리해 운영한 회사 B로 인해 속을 썩인 일도 있다. 후이즈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유사 업체 200여개가 순식간에 생겼다.

콘텐츠를 그대로 가져간 회사 B는 후이즈가 업데이트 한 내용을 비롯해 이미지, 폰트 크기, 컬러 등 모든 걸 그대로 따라하며 2위 회사로 등극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 회장은 “그 당시 B는 후이즈 콘텐츠를 기반으로 도메인 시장 선구자 행세를 했다”며“저작권 보호를 위해 소송을 했고 그것이 인터넷 최초 저작권 소송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는 벌금 선고로 끝이 났다. 대신 그 이후 B는 콘텐츠를 베끼지 않았고 8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 2012년 재도약 원년의 해…ERP 시장 노크 =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회장은 올해를 제2 도약 원년의 해로 삼고 그 첫 발을 내디뎠다.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후이즈가 200억원 시장에 머물고 있는 도메인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우선 기술 솔루션 후이즈홀딩스를 세팅하고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조업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미 진출해 있는 대기업들과 차별을 하기 위해 우선 오픈소스인 ‘자바’언어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CD로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도 웹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수정도 가능해 기존 C언어로 구축된 ERP 시스템의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기업 내부 메일, 메신저, 그룹웨어 전자결제 시스템, 회계시스템, 영업관리 솔루션까지 모두 연동이 가능하다. 일반 자판기로 모든 조정이 가능한 이 시스템은 아이패드,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개발을 대한민국의 조그만 기업이 혼자 해냈다. 실제로 대기업도 메일, 메신저 등의 연계는 외주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 회장은 재미있는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8개 외주업체와 함께 ERP를 개발한 대기업 C를 보고 생각했다”며 “대학생 8명의 발을 묶어 초등학생 1명과 달리기 시합을 열어 업체가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후이즈는 홈페이지 ‘맞춤형’ 제작 서비스를 본격화했으며 불안한 일본 IT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계열사인 ‘후이즈네트웍스’를 부산으로 이전했다.

◇ ERP로 해외 시장 공략…10년 후 30조원 목표= 후이즈는 2003년 ‘후이즈재팬’을 설립하면서 일본에 진출했다. 후이즈는 이를 기점으로 도메인 사업 외 한국제품 판매망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을 선별해 일본 유통망과의 제휴를 통해 판매를 하고 있는 것.

후이즈는 온라인 마케팅 팀을 신설해 국내 제품 판매 뿐 아니라 ERP 시스템 수출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일본을 비롯해 미국 베트남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그 이후에는 중국 인도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년 후 후이즈는 궁극적으로 연간 20조원을 벌어들이는 세계적인 독일 ERP 솔루션 기업 SAP을 이기는 것이 목표다. 그는 “인력 50% 이상이 R&D 연구원으로 충분한 기술력이 확보돼 있어 향후 10년 연매출 3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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