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분비 많은 두피·얼굴에 '만성 염증성 습진질환' 발생
30대 중반의 직장인 남성 김모씨는 얼마 전부터 비듬이 자주 생기고 머릿 속 가려움이 심해짐을 느꼈다. 평소 얼굴과 두피에 기름이 자주 끼는 터라 “머리만 자주 감으면 괜찮아 지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비듬은 각질처럼 뚝뚝 떨어지고 가려움은 심해져 갔다. 가려움증을 참지 못해 자꾸 손톱으로 두피를 긁다보니 진물이 나고 노란 딱지가 생기는 현상이 반복됐다. 날이 갈수록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스트레스만 받던 김씨는 결국 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김씨가 진단받은 질환은 바로 ‘지루성 피부염’. 피지 분비가 왕성한 두피와 얼굴 등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습진질환이다. 기온이 갑자기 오르는 봄철이 되면 지루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난다. 봄에는 두피 속 피지선과 땀샘 모세 혈관 등의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피지와 땀의 분비량이 급격히 늘어나 두피 표면에 각질층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각질을 방치할 경우 두피에 진물이나 두꺼운 딱지가 생기기도 하는 지루성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황사먼지, 꽃가루 등이 두피에 머무르면서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두피·얼굴에 과도한 피지분비가 원인…젊은층에서 흔히 발병= 지루성 피부염은 주로 신체에서 두피, 얼굴 그리고 털이 있는 부위에 많이 생긴다. 홍반 위에 발생한 건성 혹은 기름지고 노란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며,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보통 여름이면 가장 심해졌다가 가을, 겨울이 되면 증상이 다소 가라앉으며 가려움증이 매우 심하게 나타난다. 20~40대 젊은 성인의 3~5%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조금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만성화된다.
지루성 피부염은 발병 초기부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두피와 얼굴은 물론이고 귀, 겨드랑이, 앞가슴 부위 등 피지선이 발달한 부위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만성화가 된 다음에야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제호 웰스피부과 연원장은 “지루성 피부염은 유전적인 원인이나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등으로 피지가 과다 분비되면서 나타난다”며 “염증이 생기면서 각질이 일어나고 심하면 진물이나 딱지가 생길 수 있는데 이때 해당 부위를 자극하거나 긁으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심한 경우 염증 치료와 피지분비를 억제하는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두피 지루성 피부염은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데, 이때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두피를 손톱으로 긁으면 상처가 생기면서 해당 부위에 세균 감염될 수 있으므로 절대 긁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두피 지루성 피부염을 방치하면 만성화가 된 뒤에 탈모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초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눈썹의 안쪽, 양미간, 콧방울 등 얼굴 부위에 생기는 지루성 피부염은 계절적인 변화에 따른 피부 건조증이나 화장품 때문에 생기는 알레르기성 피부염으로 혼동하기 쉽다. 입술 표면이 거칠어지고 각질이 일어나 주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연 원장은 “지루성피부염은 치료를 받으면 상태가 좋아지지만 쉽게 재발하는 피부질환이므로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염증 치료에는 스테로이드 제제가 사용되며, 세균 감염이 심할 때는 항생제와 함께 스테로이드 약품을 사용해 치료한다. 단, 스테로이드 약품을 얼굴에 오랫동안 바르면 혈관 확장, 피부 위축 등의 부작용이 생기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한다.
지루성 피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해당 부위에 열이 나면 가려움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여름철에는 특히 두피 등의 퉁풍이 잘 되도록 신경을 쓰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또 지방이 많은 음식,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 콜라, 코코아 등 카페인 성분이 많은 음료를 자제한다. 충분한 수분과 함께 신선한 과일와 채소도 많이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