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으로 산다는 것]"게을러서 일 안해" 편견에 등 떠밀려 다시 ‘비정한 거리’로

입력 2012-05-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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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사회가 노숙인 만들어…유별난 사람 아닌 보통 사람들

이외수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중 하나다. 이 씨가 지금까지 20여권의 소설과 산문집의 총 판매부수는 700만부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약 134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으로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제도권 사회에 가장 잘 적응한 인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외수도 젊은 시절에는 노숙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가 설명한 노숙의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숙인이었던 이외수와 성공한 소설가 이외수는 같은 사람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노숙인 이외수’는 돈과 집이 없었고 ‘성공한 소설가 이외수’는 돈과 집이 있다. 이 중에서 한 쪽은 사회에 필요하고 한 쪽은 사회에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수 송창식 역시 방송에서 자신의 노숙 경험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젊은 시절 노숙 생활에 대해 “가수 데뷔 전 3년 동안 노숙을 했다”며 “집이 인천에 있었는데 가봤자 빈민굴이었고 서울에서 인천까지 다닐 차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수가 되려는 꿈을 잃었거나 일해서 성공하고 싶은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노숙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장 큰 오해들은 ‘게을러서 일을 하지 않는다’ ‘살 곳이 있어도 길거리로 나온다’ 등이다. 사회에서 도망쳤거나 스스로 사회를 거부하는 특이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숙인은 우리사회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사회를 더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많은 전문가들은 ‘노숙인들이 사회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쫓겨난 것’이라고 말한다.

▲노숙인은 '게을러서 일하지 않는' 유별난 개인이 아니라 '절망한 보통 사람'일 뿐이다. 노숙인 자활은 약간의 돈이나 수용시설로 이룰 수 없다. 그들에게는 다시 살아갈 희망이 절실하다.
◇ 단어가 부른 편견,‘노숙인’과 ‘홈리스(homeless)’의 차이

우리나라에서는 ‘노숙인’이란 용어가 보편적이다. 보건복지부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책적 용어다. 일정한 주거지 없이 거리나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일정한 주거지 없이 거리나 노숙인 쉼터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서구의 경우 ‘홈리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직역하면 집이 없다는 뜻이다. 불안정한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두 단어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거리로 나와 지내는 것은 자기 탓이지만 집이 없는 것은 자기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숙인 복지 전문가들은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원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떠밀려 나온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숙인이라는 단어가 사회 전체의 맥락적인 의미를 충분히 담지 못하는 면이 있는 셈이다.

노숙인에 가장 큰 편견 가운데 한 가지는 ‘게으르고 유별나고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남기철 교수는 “과거 정부가 노숙인을 부랑자로 보고 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쫓아내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인식을 유포했다”며 “이것을 사회가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5년 펴낸 ‘노숙인 실태조사’ 역시 노숙인을 일컬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기회로부터 배제되는 새로운 형태의 소외’표현한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에 노숙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 IMF이후인데 현재까지도 그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노숙인 문제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빈곤이라는 보다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 노숙인 문제 접근은 “절망한 사람에게 희망 줘야”

전체 노숙인 가운데는 일 할 의욕이 없거나 알코올 중독에 찌들어 있는 노숙인도 많다. 노숙인을 위한 주거시설에 입소할 자격을 줘도 며칠 지나지 않아 도로 도망쳐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노숙인 자활을 위한 일자리가 생겨도 거부하는 등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지원하려는 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일반인과 특별히 구분되는 유별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이혁구 교수는 “(이들의 이런 부적응은) 노숙인이 된 것이 아니라 노숙생활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누구라도 대개 노숙을 하면 술을 마시게 되고 중독이 되고 중독이 되다 보니 피폐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 김준호 위촉연구원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지난 2010년 실제 7개월의 노숙인 생활 후 석사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주거정책과 일자리정책이 따로 논다. 비현실적 월급의 일자리만 주면 모아 봐야 소용도 없고 그렇게 번 돈은 술로 다 날린다”고 지적했다.

이혁구 교수는 “노숙이 절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절망해서 노숙이 된 경우도 많다”며 “단기적으로 잘 곳을 마련해 주거나 일을 시키고 약간의 돈을 주는 방식은 근본적인 노숙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숙소의 규율을 견디고 생활 간섭을 참을 만한 동기가 없다는 것. “자발적 사회참여를 유도해 희망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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