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구두 개입에도 2개월래 최저
잦아들었던 엔고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일본 당국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솟구치고 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엔화 가치는 달러당 79.64엔으로 2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재무성 고위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긴급 구두 개입을 단행하면서 초강세는 일단 면했으나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지난주 일본은행(BOJ)의 추가 완화 조치에 이은 당국의 입김이 엔고를 저지하는 데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엔고가 한층 탄력을 받으면 정부가 추가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카오 다케히코 재무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주말 이후 시장의 기대로 엔고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같은 움직임은 시장의 투기적인 움직임을 반영한 것”이라며 “필요할 때는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계속 긴장감을 갖고 시장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나카오 재무관의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 값은 달러당 79.82엔에 머물며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달 27일 디플레 탈출과 엔고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완화 규모가 시장의 예상 범위 내여서 엔화 가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WSJ는 작년 10월31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75.31엔의 충격으로 시장 개입을 단행할 정도로 엔고가 심각하지 않다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전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정부의 미움을 살 수도 있어 일본이 개입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수출기업은 혜택을 입지만 미국 제조업자 등 라이벌들은 타격을 입는다.
미국 재무부는 작년 8월과 10월 일본이 개입했을 때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도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오바마 정부에 올해는 중요한 해이지만 노다 요시히코 총리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는 정치 생명을 걸고 소비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소비세율 인상의 성공 여부는 경기가 회복돼 의원의 승인을 얻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작년 11월4일까지 5일간 총 9조1000억엔어치의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입해 시장에 개입했다.
이 효과로 달러는 4엔가량 올랐지만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정계에서는 정부의 대규모 개입은 낭비에 불과했다고 비판, 결국 일본은행에 대한 압력만 거세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월 일본은행이 자산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10조엔 확대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1%로 잡았다.
당시 엔화 가치는 달러당 84엔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WSJ는 일본은행의 완화 조치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면서 정부의 일본은행에 대한 의존도만 높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