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해양플랜트' 대박 뒤엔…‘그늘 깊다’

입력 2012-05-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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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챙겨가는 꼴.’

국내 조선사들이 초대형 해양플랜트 수주에 탄력이 붙으면서 세계 1위 조선 강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저조한 국산화율로 실속이 적다는 지적이다.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 일반 상선의 경우 국산화율이 90% 이상인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경우 20~30%에 머물고 있다. 해양플랜트 중 드릴십의 핵심인 드릴링 머신은 미국과 유럽 부품업체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하는 구조가 상선 중심에서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바뀌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하고 있지만, 핵심 기자재에서 막대한 로열티를 외국기업에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달성한 수주액은 총 29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중 50% 수준인 기자재 부문 선가 146억 달러에서 80%인 116억 달러가 고스란히 해외 기자재업체에 로열티로 지불됐다. 주요 핵심장비들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해양플랜트 포함 선박 건조에서 최고 중요한 폭발방지 안전설비의 경우 국산화율 5%에 불과하다. 직접적인 시추작업을 벌이는 드릴링 장치가 포함된 기계장치와 배관재는 15~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계장설비도 10~15%에 불과하며 전기장치의 경우 국산화 비율 35~45%지만 단순자재를 제외한 전기 패널류와 전동기 모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드릴십의 경우 수입에 의존하는 드릴링 시스템이 전체 선박 가격의 25%를 차지한다. 통상 5억달러짜리 드릴십을 수주하면 이 중 1억2500만달러 가량이 국외로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조선사들이 부품 국산화에 열을 올려도 상용화에서 장벽에 부딪힌다. 통상적으로 석유 메이저들이 조선사에 해양플랜트를 발주할 때 특정 기자재·모듈을 쓰도록 옵션을 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력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부문 추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로선 국내 조선업체와 기술 격차가 크지만, 중국 정부에서 자국 기자재 의무사용 정책을 쓰기 때문에 수년 안에 격차가 급격히 좁혀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오랫동안 과점해온데다 안전성, 신뢰성 기준이 까다롭고 납품실적이 있어야 발주자인 석유 메이저나 모듈업체 등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아무리 국산화를 외친다해도 납품 경험이 전무해 시장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FPSO에 설치되는 드럼 펌퍼, 글리콜 콘텍터 등 핵심 기자재의 경우 업체의 독자 개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매우 뛰어난 기술을 요구하는 핵심 기자재는 정부 기관에서 구심점이 되고 대형 조선소, 기자재 업체 및 대학이 참여해 공동 개발한 뒤 적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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