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주의 금융난타]서민금융 문턱부터 낮춰라

입력 2012-04-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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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주 금융부 팀장

금융권은 총선 직후 매우 시끄러웠다.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쉽게 믿기지 않은 현실이 속속 들어났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300만원을 빌린 여대생을 유흥업소에 강제 취업시켜 1800만원을 갈취하고 피해자 부녀를 죽음으로 내몬 사채업자, 일주일간 50만원을 빌리려는 이에게 선이자와 연장이자로 법정 상한의 100배가 넘는 연 3500%의 고리를 요구한 경우 등 사회에 만연한 독버섯의 실체를 조금 엿볼 수 있었다.

불법 사금융에 피해를 입어온 소비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한지 하루만에 금융감독원에만 150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25일엔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한지 8일만에 1만여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피해자 상담 건수 가 2만5535건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사실 불법 사금융의 폐해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의 대책이 때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결코 늦지 않았다. 오히려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철저한 단속 및 강력한 처벌과 함께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는 후속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불법 사금융의 특성상 특별단속이 실시되면서 일제히 지하로 숨어들어 그동안 사금융을 이용해 급전을 조달해온 서민들은 정부의 대책이 없으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은행과 2금융권 대출억제 정책으로 안그래도 돈줄이 꽉막힌 가운데 사금융마저 지하로 숨어들 경우 저신용자와 청년, 서민 등 취약계층들은 아예 돈 구할 데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소금융과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3대 서민금융상품의 추진동력은 오히려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을 척결하고 서민금융상품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과 역행하는 모습인 것이다.

특히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상품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햇살론은 지난해 10월 심사기준이 강화된 이후 실적이 크데 둔화되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실적을 살펴보면 2010년 하반기엔 9821건, 722억원에 달했지만 작년 하반기엔 5325건, 437억원 수준으로 40% 이상 급감했다. 새희망홀씨의 상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 3월말까지 새희망 홀씨 취급건수는 386건으로 지닌해 같은 기간 977건에 비해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단속과 별도로 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서민대출상품을 통해 3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30조원으로 추정되는 불법 사금융 규모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또 대다수가 신용등급 6~10등급의 저신용자인 점도 문턱을 높이는 이유다.

불법 사금융과 전쟁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서민층의 자금줄이 마르지 않도록 서민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자금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이제라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때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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