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법률시장 개방시대, 법조계도 변해야

입력 2012-04-27 08:59수정 2012-05-0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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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발효에 따라 미국 로펌이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한다. 때 맞춰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도 무대에 등장을 한다.

현재 1만명이 조금 넘는 수의 한국 변호사업계에 신규 2000명이상의 변호사가 새로이 진출한다. 여기에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계 로펌의 변호사들을 감안해야 한다. 이제는 법률시장은 글로벌시대의 무한경쟁의 각축장이 된 것이다. 무한경쟁의 쓰나미가 우리나라의 법률시장에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향후 2~5년간 엄청난 사법분야의 변혁이 예상된다.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소의 부작용도 있겠지만 종국적으로는 법률시장이 좀 더 투명하게 될 것이다.

무한경쟁시대의 도래라는 측면에서 법률시장은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위험한 ‘기회’이다. 즉 지금이야 말로 중요한 기회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필연적으로 법원이나 검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제는 전 세계가 법원이나 검찰의 법집행 하나하나를 좀 더 많이 주시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관행으로 당연시 되는 부분마저 엄격한 법의 잣대로 재평가될 것이다. 특히 외국변호사들은 우리가 느끼지 못한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하여 엄격한 법의 평가를 요구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 소정외 변론이라는 것이 있었다. 법정에서 변론하는 것이 아니고 판사실에서 변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론은 법조윤리에 위배된다. 즉 양당사자가 모두 있는 자리가 아닌 상태에서 어느 한쪽만의 주장을 듣는 것은 상대방에게 반박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것이다. 어째든 이러한 변론활동은 징계 등 심각한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다.

형사사건에 있어서도 좀 더 실질적인 당사자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미법상으로는 검사는 시민(People)의 대리인으로서 형사소추를 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법정에서 이론적으로 검사는 피고인의 변호인과 동일한 지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검사만 법복을 입고 변호사는 입지 아니한다. 이 것 역시 바꿔야 할 것이다. 형사법정에서 시민의 대리인인 검사와 피고인의 변호인 모두 동일한 복장규정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주의에 합치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즉 피고인의 심리적인 위축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판사에 대한 회피기피제도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직 판사출신인 변호사의 변론에서 담당판사가 담당변호사의 판사시절 배석판사라면 혹여 불공정한 여지는 없을까? 여러 사유로 현행판사임용제도도 바꿔야 할 것이다. 지금은 마치 변호사활동을 위하여 판사경력을 쌓는 것처럼 오인될 부분도 적지 않다. 50대초중반의 많은 지법부장판사들이 고법부장에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제도상 문제점으로 보인다. 외국에서는 판사 퇴직 후에는 스스로가 법정에 서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히려 전관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법정활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로스쿨 졸업생들의 경우에 직장을 제대로 못 구해 논란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변호사는 아직도 적은 편이다. 또한 젊은 변호사는 글로벌시대에 맞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수의 변호사의 배출과 법률시장의 개방은 필연적으로 변호사시장을 투명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변호사만이 생존할 것이다. 변화를 시도하는 젊은 로스쿨 졸업생들이야말로 시대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김승열 양헌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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