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EO 대해부]정수현의 현대 ‘합리성’…정연주의 삼성‘글로벌’

입력 2012-04-26 09:14수정 2012-04-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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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CEO와‘ 조직문화’

어느 기업이나 독특하게 갖고 있는 생활양식이 있다. 이를 조직문화 또는 기업문화라고 일컫는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을 들여다 보면 얼핏 비슷하면서도 다른 조직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고유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문화가 있는 반면, 회사의 주인이나 CEO가 바뀜에 따라 새로운 조직문화가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시공능력 평가순위 1위이자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조직문화에도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동차 문화가 짙게 깔려 있어 생산적인 사업만을 중시한다. 최근 현대건설이 지방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전면 보류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김중겸 전 사장 시절만해도 대표이사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잘 짜여진 군대식 문화가 현대건설 특유의 조직문화의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지금은 합리를 중시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섰다.

피인수 후 현대건설은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수주전략을 택한 것도 이 때문. 기존에는 공공공사 수주 등에 있어 불도저식으로 외형 확대에 주력해왔다면, 이제는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 있는 공사만 수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보다는 김창희 부회장에서 정수현 사장까지 현대차그룹의 주요 인사가 지휘봉을 잡는 과정에서 펼쳐진 결과라는 해석에 더욱 무게가 쏠린다.

현대건설의 이 같은 변화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무건전성은 높아졌을 망정 수주실적이 예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건설이 인수된 첫해인 지난해 12조원을 수주해 전년 대비 실적이 6조4000억 가량 줄었고, 수주 순위도 기존 1위에서 5위로 내려앉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2009년과 2010년 연달아 수주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던 것과 비교해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최근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 사내이사를 맡아 경영에 관여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실적 부진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시평순위 2위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글로벌 조직문화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회의나 세미나 등을 영어로 진행할 뿐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에도 영어사용을 권장하는 영어공용화 부서를 22개나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컨설턴트가 상주하면서 영어업무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영어회의, 외국인 임직원과의 교류, 영어자료 열람이 가능한 ‘글로벌 커뮤니티 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화의 중심에는 정연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다.

정 부회장은 2003년부터 7년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회사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량회사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 2003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부임 당시 10억달러 매출 규모의 회사를 80억달러 매출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켰고, 주가도 취임 당시 5달러에서 2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2010년 삼성물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것 자체가 삼성물산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조직문화를 이끌어가는 기업으로는 GS건설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이던 2008년 12월 GS건설에 취임한 허 사장은 전방위적인 자구노력을 시작한다. 그 시작이 GS건설 만의 조직문화 정립이었다.

허 사장은 지난해 △변화(Great Innovation) △최고(Great Challenge) △신뢰(Great Partnership)의 세가지 핵심가치를 선정했다.

변화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적인 사고의 발현을 선도하려는 의지, 최고는 항상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려는 다짐, 신뢰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정몽규 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사내에 ‘소통과 혁신’의 조직문화를 정착시켜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월에는 그동안의 성장을 뒷받침해온 자랑스러운 기업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임직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기업문화 가이드북을 발간해 배포했다.

‘통(通)하는 기업, 통(通)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 가이드북은 현대산업개발의 성장과정과 기업윤리의 회고,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사고방식과 어떤 업무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하는지 등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조직 간 소통과 내·외부 역량의 융합을 모색하는 등 조직 내 신선한 변화와 활력의 바람이 불어올 것으로 현대산업개발 측은 기대하고 있다.

두산건설도 조직 내 소통과 상호 성장을 위해 운영 중인 ‘Happy Hour’와 ‘학습조직’이 임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Happy Hour는 매월 둘째주 금요일 3시부터 본사·창원공장을 비롯해 전 현장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팀별로 독서토론·전시회관람·체육대회 등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사내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학습조직은 현재 48개 팀이 활동 중이다. 이 시스템은 조직과 개인의 발전을 도모하고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두산건설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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