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아프고 우울해도 "네 고객님~" 스트레스 풀 수 있는 제도 있어야

입력 2012-04-2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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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웃지 않냐고요? 제가 죄송합니다!

영화가 좋았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일하는 직업을 선택했다. 영화관에서 근무하는 최희선(27)씨는 오늘도 빨강 립스틱을 바르고 고객을 향해 환하게 웃는다. 영화를 보러 가는 고객이었을 때는 미처 몰랐지만 막상 일로써 시작하니 한 영화관의 직원으로서 여러가지 규제가 뒤따랐다. 고객에게 늘 웃고 상냥하게 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외관상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 앞머리를 올리고 빨강 립스틱을 발라야 했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최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무리 아프고 우울해도 고객들 앞에서 늘 웃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씨는 “한번은 감기에 걸려 몸 상태가 안좋아서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손님 한분이 ‘왜 그렇게 웃냐’, ‘기분이 나쁘다’고 말해 잘못한 것도 없이 사과를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 뿐만이 아니다. 팝콘이 덜 튀겨졌다거나 콜라 맛이 이상하다고 트집을 잡는 손님들에도 늘 웃으며 응대해야 했다. 그래서 한동안 집에 가면 말도 안하고 웃지도 않는 후유증이 나타나도 했다.

최씨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입장으로써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그 화풀이 대상이 무조건적인 직원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회사측의 배려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최씨는 “고객들에게 지나친 서비스를 요구받을 때면 6시간이 마치 16시간인 듯한 기분이 든다”면서 “감정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웃음 가면을 쓰고 ‘네 고객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 않던 김윤희(24세)는 쉽게 일을 구할 수 있는 콜센터 CS업무를 시작했다. 핸드폰 기기변경부터 대기업의 고객센터까지. 현재는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5년이란 경력속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통화하다 보니 이제는 상대방의 목소리만 듣고도 성격과 현재의 기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예측불가, 그리고 언제나 '진상' 고객은 출몰하기 마련이다.

회사측에서는 늘 고객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이루는 고객 감동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한다. 말은 참 좋다. 그런데 도대체 ‘최대한’의 기준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고객 변심으로 인한 반품건을 처리하고 있을 때였다. 고객에게 택배기 3000원이 부과된다는 안내가 떨어지자 마자 ‘자주 이용하는데 그 정도도 못 봐주냐’, ‘다른 곳은 공짜인데 여긴 참 이상하다’라는 비아냥이 날아왔다.

최씨는 “고객 입장에서는 한번쯤이야 라고 할 수 있겠지만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해주면 나중에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고객들이 ‘그냥 좀 해주지’라고 요청할 때 마다 정말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들이 ‘제것 먼저 보내주면 안되나요’라고 말할때는 ‘그럼 먼저 주문한 고객님은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고.

최씨는 “고객의 입장에서 추가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비스를 요청할 때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것은 자제해줬으면 한다”면서 “특히 고객들에게 늘 친절해야 하는 상담원 같은 경우 감정을 숨기고 이야기해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닌만큼 고객들이 조금만 더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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