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그 불편한 진실] 금리, 은행보다 1% 높다고? 위험보험료·사업비 빼면‘뚝’

입력 2012-04-25 08:58수정 2012-04-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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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 보험 불편한 진실

“이번에 OO생명에서 고금리 적금 상품이 나와서 소개를 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시중은행 적금 상품보다 금리가 1%나 더 높아요.”

이런 내용의 보험사 텔레마케터 전화를 누구나 한번쯤은 받아봤을 것이다.

정확히는 저축성 보험이다. 하지만 보험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일단 적금이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저축성 보험은 목돈마련이나 노후생활자금을 대비해주는 보험상품이다. 저축성 보험의 금리, 즉 공시이율이 시중은행 적금 금리보다 1% 가량 높은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현재 5% 안팎의 공시이율을 제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적금 금리는 4%를 넘기가 힘들다.

하지만 저축성 보험의 경우 고객이 생각하는 이자 수익과 실제 이자 수익에서 차이가 난다. 고객이 한 달에 10만원씩을 보험료로 납부한다고 할 때 평균 9% 수준인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제외한 9만1000원만 적립되기 때문이다. 이 9만1000원에 5%의 이자를 쌓아주는 방식이다.

즉 고객은 자신이 낸 10만원에 5%인 5000원이 이자로 쌓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9만1000원의 5%인 4550원만 이자로 쌓이는 것이다. 납입 원금 대비로는 4.55%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도 일반인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

1년 만기 상품이라고 가정할 때 첫회 납입분은 12개월치 이자가 그대로 쌓이지만 2회차는 금리의 11/12만큼, 3회차는 금리의 10/12만큼씩만 쌓인다. 따라서 이자 수익은 고객이 직접 계산하는 수준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공시이율 4.9%인 한 저축성 보험 상품을 보자. 한 달에 34만원씩 10년을 납입했을 때 납입원금은 4080만원, 환급금은 4924만원으로 이자가 20.6% 쌓인다. 공시이율은 4.9%지만 실제 이자 수익을 연리로 환산하면 금리가 2.06%라는 말이다.

이것도 공시이율이 현 수준인 4.9%가 유지된다고 가정한 금액이다. 적금은 가입 당시 약정한 금리가 만기 때까지 그대로 가기 때문에 눈치작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매달 변한다. 보험 가입 당시 보험사가 제시하는 환급금 예시표는 말 그대로 예시일 뿐이다. 현재의 공시이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으로 만든 것이다. 몇 년 뒤에 실제로 받게 되는 환급금은 당초 보험사가 보여줬던 금액보다 많을 수도 혹은 적을 수도 있다.

만기까지 보험을 유지하지 못할 때의 해약 환급금도 계약자의 골칫거리다.

익히 알고 있듯이 적금은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약정 금리의 이자를 받지 못할 뿐 원금은 그대로 건질 수 있다. 하지만 저축성 보험은 통상 납입기간의 2/3의 시점 전에 해약할 경우 원금 자체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계약 초기에 사업비를 많이 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10명 중에 4명은 저축성 보험을 3년 안에 깬다. 이들은 이자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일부도 날려버린 셈이다.

그렇다고 저축성 보험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축성 보험은 10년 이상 유지시 비과세 혜택이 있다. 예적금 등 금융상품은 이자의 15.4%를 과세한다.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 덕분에 저축성 보험의 이자 수익이 은행 상품을 앞지르게 된다. 반대로 10년 이상 유지할 자신이 없다면 저축성 보험은 가입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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