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입력 2012-04-2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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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출발은 진정성, 사람 없는 전략은 의미 없다"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두산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한다. 두산그룹이 맥킨지컨설팅의 자문을 얻어 그룹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김 사장은 맥킨지 최초의 한국인 파트너였다. 미국 와튼스쿨을 졸업한 그는 맥킨지를 거쳐 41세 나이로 두산그룹 계열사인 네오플럭스(컨설팅업체) 사장이 됐다. 2003년 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을 거쳐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단순히 김 사장의 이력서만 본 사람들은 그를 그저 똑똑하고 젊은 전략가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를 만나서 겪어본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따뜻한 커뮤니케이터’ 인지 새삼 놀란다고 한다.

김 사장이 주재 하는 회의는 언제나 유머로 시작된다. 보고서를 들고 사장실에 들어선 부하 직원들을 일단 웃게 만든 후 보고가 시작된다. 김 사장의 유쾌한 에너지에 무장해제된 미팅 시간은 어느새 자유로운 소통의 시간으로 바뀐다. 그러다 보니 보고서 얘기만 하다 끝나는 미팅이 없다. 현안의 근원(root cause)부터 대안까지 늘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된다.

여기엔 김 사장의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한몫 한다. 타고난 호기심과 집요한 근성이 대화를 늘 핵심 가까이 한 발 한 발 끌어 들이고, 애매하고 복잡한 문제나 현상도 재미있는 예화나 비유로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사람중심’경영철학= 김 사장은 평소 “리더십의 출발은 진심 어린 관심에 있다”고 말한다. 내 기준에 부족하고 맘에 안 드는 후배가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기다려야 하는데, 팀원들의 부족함을 참고 기다리기 위해선 그들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심 어린 관심으로 부하직원을 관찰하다 보면, 그들의 부족한 점과 강점을 볼 수 알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진정한 의미에서 그 후배를 이끌어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사람을 통해 실행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전략 실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세 가지는 CEO의 전략을 전파하는 중역들과의 소통, 전략을 현장 지휘할 팀장들과의 소통, 그리고 현장의 최소단위인 팀장과 팀원들 간의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지난해를 ‘조직문화 혁신의 해’로 정하고 ‘소통 행보’에 나섰다. 현장 임직원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CEO Lunch’를 가졌다. 매달 평균 3회, 2011년 총 30여 회에 이른다.

김 사장은 ‘일관성’을 경영의 첫 번째 철학으로 꼽는다. 운전할 때, 네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찍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자꾸 목적지를 바꾸거나, 정해진 길이 아닌 길로 그때 그때 다르게 운전하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길을 잃거나, 혼란스러운 운전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김 사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경영철학은 ‘권한 인계(empowerment)’다. 뚜렷한 미션과 권한을 부하 직원들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장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한다면,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전략의 기본 개념, 즉 선택과 집중과도 연계돼 있다. 리더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계획에 집중하고, 나머지 업무에 대해서는 스태프에게 권한을 넘겨줘야 업무 효율성도 높이고, 리더 양성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과 사람’, 아이디어 발굴 시작= 김 사장은 ‘책과 사람’을 통해서 경영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고교 시절 2주 동안 세계 문학 전집을 독파하거나, 대학 시절 동안 1년에 200권씩 총 800권 가량의 책을 읽었던 독서광이다.

김 사장은 "이 책 저 책 읽어가다 보면, 역사와 철학 책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사장은 특히 "역사 책을 통해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인류의 역사가 경영에 응용할 수 있는 많은 메시지를 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에게선 어떤 메시지를 얻을까. 김 사장은 “그냥 사람이 아니고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면서 “특히 업무랑 상관없는 사람들과 만나서 업무랑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김 사장은 포스텍 멘토링 프로그램에 직접 멘토로 나서, 젊은 엔지니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나누고 있고, 사내에서도 젊은 직원들과 만나서 캐주얼하게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1년에 30회 이상씩 새로운 이야기, 젊은 시각 등에 대한 공감의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시장점유율 확대와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18% 증가한 10조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 성장한 8510억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기술혁신, 운영혁신, One Doosan’의 조직문화 구축을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설정했다. 우수한 엔지니어와 기술역량 확보, 품질 및 원가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업무선진화에 초점을 맞춰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에 나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2011년이 소통을 통한 혁신의 해였다면 2012년은 기술과 품질 원가 혁신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경영전략을 현장에 확실하게 구현하는 운영혁신을 통해 중국과 신흥시장에서 승리하는 회사(Winning Company)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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