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황제경영 시대 종언]재계, 필요성 동의하지만 천문학적 비용 소요…단기간 해결 힘들어

입력 2012-04-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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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관련법 준수 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차원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지배구조개선을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10대 그룹 한 임원의 말이다. 그룹 최고 수뇌부들도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방법적인 측면이나 총수 일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여러 상황으로 인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열사간 지분 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문제는 재벌그룹에게는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에 소요되는 세금만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환출자구조 해소 등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당위성은 커져가고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을 통한 재벌의 경제력을 집중시키는 구조”라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있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기업과 주주, 국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차 등 주요그룹 총수들이 고령인 탓에 2세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지배구조개선작업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특검 이전 시대와의 단절을 위해 전략기획실 핵심인사들을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김인주 삼성물산 사장(전 전략기획실 차장)을 현직에 불러들인 것도 지배구조문제 해결과 경영권 승계작업 마무리를 위한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는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탄력적인 지배구조개선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순환출자 해소에 집중하다보면 기업의 본래 역할인 투자 및 고용창출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의 이같은 현실을 감안, 유예기간을 확대하는 등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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