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19대 국회의원 300인이 해야 할 일

입력 2012-04-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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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에이펙스 상임고문

政者正也(정자정야)는 여러 정치인들이 좌우명으로 삼고 있을 만큼 좋은 글귀이다. 이 말은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온다.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정치란 바로잡는 것이다(政者正也)”라고 대답하였다. 즉, 정치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한편, 장자는 저서인 장자 천운편에서 “바루는 자는 발라야 한다(正者正也)”고 하였다. 바르지 못한 사람이 바른 일을 하기 어렵고 설사 바른 일을 하려고 하더라도 주위로부터 비웃음을 살 것이니 이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정자(政者)를 정치하는 자로 해석하면 이는 곧 장자의 바루는 자(正者)에 해당하니 공자의 政者正也도 결국 정치하는 사람은 발라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 제19대 국회의원 300명이 뽑혔다. 과연 이들이 공자나 장자가 말하는 바른 사람들일까? 너도 나도 불나방처럼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을 보며 요즘같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아무나 하는 것이 정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 얼마 후면 이들이 4년 임기의 의정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른 정치를 해 줄 것을 기대하며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의원직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말고 4년 임기동안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부업으로 생각하고 일하기 바란다. 영어에 “Politics is an avoc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직업이라는 영어단어 vocation에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두어 a-가 붙으면 avocation은 ‘직업이 아니다’라는 뜻이 된다. 즉, 정치란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라 부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정치인들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정치인라고 할 것이다. 즉, 그들에게는 정치가 본업이다. 정치를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산이 수백억원, 아니 수천억원 있는 사람도 자기 돈은 장롱 깊숙이 넣어두고 정치활동에 필요한 돈은 국민들로부터 거두어들이고 있으니 이들에게는 정치가 돈 버는 직업에 다름 아니다.

둘째, 새로운 입법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입법부터 바로 잡아주기 바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동안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형평성을 잃은 입법들을 스스로 고치기 바란다.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으면서 스스로에게 특혜를 주는 입법을 한다는 것은 입법권의 남용이며, 이는 스스로 고치지 않고서는 달리 고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우리 국회의 품격을 올려주기 바란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국회 안팎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다. 고성과 폭력, 오물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등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무법지대로 변하고 뇌물수수, 성희롱사건 등에서 보듯 범법자를 동료라고 감싸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한편으로 분노하면서 잘못 뽑은 자책감에 괴로워했다. 지금 국민들은 우리 국회의 품격이 우리의 경제·문화적 위상에 걸맞게 개선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넷째, 유권자와의 약속을 꼭 지키기 바란다.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인 만큼 꼼꼼히 챙겨 반드시 지키는 정직한 정치인이 되기 바란다.

다섯째, 초심을 잃지 말고 항상 4년 후 재신임의 순간을 생각하기 바란다. 4년이란 임기는 결코 길지 않다. 매순간 4년 후 유권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까를 생각한다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큰 정치, 소신있는 정치를 해 주길 바란다. 자신의 선거구 챙기기에 급급하지 말고 국가적 시각에서, 그리고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국제적 안목으로 일해 주기 바란다. 또한 소신이 확실하다면 표를 저울질한 나머지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당론에는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정당정치가 현대정치의 기본이라 하더라도 정당은 바꿀 수도, 새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니 잘못된 당론에 소신을 굽혀서는 아니 된다는 얘기이다.

이제 우리 국회도 19대가 되니 사람으로 치면 머지않아 성년을 바라보는 나이다. 어른이 되는 만큼 국민에게 신뢰받는 성숙한 국회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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