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신장염, '소리없는 장기' 콩판에 이상이

입력 2012-04-19 11:2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몸속 노폐물 필터 역할, 자각증상 늦게 나타나…발병 땐 생명까지 위험

▲콩팥의 사구체 여과기능이 영구적으로 저하되는 '만성콩팥병' 말기엔 혈액이나 복막투석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은 물론, 생명유지조차 힘들다. 사진은 입원실 내에서 혈액투석을 하는 장면.(사진제공=김해중앙병원)
“하는 일 없이 피곤하고 입맛이 없어 그냥 춘곤증인줄 알았는데...”

40대 여성 김모씨는 지난해 봄, 유난히 쉽게 피로해지고 식욕이 떨어졌지만 ‘봄을 타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어느날부터인가 혈압이 높아지고 소변에 거품이 생기기도 했다. 이상하다 싶어 병원을 찾은 김씨는 검사 결과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받았다. 벌써 만성콩팥병으로 한참 진행된 상태로 결국 혈액투석까지 받아야만 했다. 미리 정기검사를 통해 빨리 발견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잠시, 혹여 합병증이라도 생길까 하는 걱정만 더해간다.

우리 몸의 노폐물 필터 역할을 하는 콩팥(신장)은 ‘소리없는 장기’라 불린다. 콩팥병(신장염)은 증상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또 절반 이상 망가지기 전에는 자각증상이 없어 병이 한참 진전된 뒤에야 발병 사실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콩팥병이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콩팥은 매일 몸 안의 과다한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몸속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자각증상 늦게 나타나…소변·혈액검사로 조기진단해야 = 콩팥기능이 저하되면 일반적으로 눈 주위 혹은 손발이 자주 붓거나 소변이 탁하고 거품이 많이 생긴다. 또 노폐물을 거르는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피로감, 가려움증, 식욕부진이 발생한다. 심해지면 호흡곤란, 구토,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변에 단백뇨, 혈뇨와 같은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는 콩팥의 사구체 여과 기능이 영구적으로 저하되는‘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증)’으로 진단된다. 만성콩팥병은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 말기엔 혈액·복막 투석이나 콩팥이식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은 물론이고 생명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만성콩팥병 환자는 약 4만 2000명 증가했고 연평균 8.2%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매년 만성콩팥병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뇨병과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뇨환자의 경우, 당분이 지나치게 많아 걸쭉해진 혈액이 신장 사구체의 모세혈관을 막고 고혈압은 신장 사구체 모세혈관에 걸리는 압력을 손상시킨다.

◇만성질환 관리, 염분 줄이는 식이요법 중요 = 신장은 한번 망가지면 되돌릴 수 없다. 다행히 콩팥병은 혈압, 소변과 혈액검사 등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조기에 발견되면 말기로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이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만성콩팥병이 있으면 심장병과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최대 8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몸에 요독 물질들이 쌓이고 칼슘과 인의 균형이 무너지면 중요한 혈관이 손상돼 심혈관계 질환들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김영훈 인제대 부산 백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환자들이 질병 및 일상 생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의료진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환자들의 삶의 질이 좀 더 향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분을 줄이는 식사와 정기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도 만성콩팥병의 위험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이다. 금연과 하루 2잔 이하의 적절한 음주는 필수. 하루 7g 이하로 염분섭취를 줄이고 주 3~5회 30분 이상 걷기운동 등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있어서도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신장기능의 감소속도를 낮추고 요독증과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임아영 고대구로병원 영양팀 영양사는 “신장염 환자들은 보통 단백질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과다섭취하게 되면 노폐물로 바뀌어 쌓이게 돼 요독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부족해도 면역력이 저하돼 영양불량의 위험이 있다”며 “신장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고기·생선·해산물·두부·계란 등의 고단백 식품은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라면 신장 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인이나 칼륨 배설이 원활치 못해 혈액 속에 많이 쌓이게 된다. 따라서 콜라, 호두 등 견과류, 땅콩 버터, 정제되지 않은 곡물, 잡곡, 씨리얼, 건어물 등 인의 함량이 높거나 감자·고구마·옥수수·바나나·키위·멜론·아욱·미나리·부추 등 칼륨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 또 염분을 과량 섭취할 경우에도 갈증으로 물을 많이 먹어 혈압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1일 5g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