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옥죄는‘미분양 덫’]주인 못찾은 아파트 10만…대부분 고양·용인 등에 분포

입력 2012-04-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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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늪 빠진 아파트시장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고 업계의 분양가격 할인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미분양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국토부는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물량이 계속 줄어 지난 3월말 현재 6만4850가구로 줄어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지난 2009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 실제 미분양 아파트 10만가구 달할 듯 = 그러나 업계에서 이 수치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외부에 발표하는‘발표용 수치’이며 실제는 더 많다는 지적이다. 신고하지 않은 미분양, 회사 보유분, 건설사 직원들에게 떠넘기다 시피 한 물량 등을 감안할 때 약 10만여 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분양이 소폭 줄었다고 해서 주택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이들은 단 한명도 없다. 시장에서는 “아파트 사업은 이제 끝물이다”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인 것.

지방 주택분양 시장이 선방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 꺽일지는 알 수 없다.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신규 미분양아파트가 발생하고 수도권 준공후 미분양 주택도 증가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고 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는 한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건설사 분양팀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집계한 물량은 눈에 보이는 수치일 뿐 회사보유분이나 직원이나 협력사에게 떠넘긴 물량까지 하면 미분양 물량은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불꺼진 아파트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1만645가구)과 지방(2만807가구) 등 3만1452가구에 달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거의 분양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은 주택경기가 바닥을 친 것이라는 신호가 아니라 건설사들이 신규 공급을 꺼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정부가 공식 집계한 미분양 아파트는 6만5000가구 정도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신고하지 않은 회사 소유분, 직원들에게 떠넘긴 물량까지 감안할 경우 실제 미분양 물량은 1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악성 미분양 대형 평형이 문제 = 미분양 물량이 늘면 가장 큰 문제는 건설사들의 현금유동성이 악화되는 것이다. 건설사 부도설이 금융위기 이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끝이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대다수 미분양 물량이 대형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문제는 더 심각하다. 소형 아파트는 전세난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이 내집마련 차원에서 구매의사가 있어 다소 여유가 있지만 대형 아파트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 가격대가 높고 관리비 등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형 아파트는 악성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건설사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지난 2월부터 고양삼송아이파크, 퇴계원힐스테이트 등 수도권 미분양 20여 개 단지를 대상으로 ‘특별 혜택 분양’중 미분양 상담자 316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대 아파트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미분양 주택 중 저렴한 가격과 미분양 물량 중 소형(또는 중소형)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투자 가능한 타 지역 소형 물량은 없는지 등에만 관심을 보였다. 대형 아파트의 경우 가격 부담이 크고, 투자가치가 없어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형 미분양 아파트는 주로 경기도 용인과 일산, 파주, 인천 등지에 주로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단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높은 분양가에 따른 소비자들의 외면이 미분양을 양산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대형 아파트 집값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빠지고 있다. 수도권 대형아파트 중 가장 하락폭이 큰 인천 연수구는 30%나 하락했고, 일산과 파주, 용인, 평촌 등지도 20%가까이 떨어졌다.

◇ 미분양 많은 지역 경매건수도 많아 = 경기 용인과 인천, 고양, 파주 등 아파트 미분양 적체가 심각할 수록 경매물건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부동산 침체 지역 일수록 미분양이 늘어나고 경매건수 역시 늘어나면서 지역경제를 위축시킨다는 분석이다.

경매전문 컨설팅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용인, 고양, 파주 지역에서 올해들어 3월까지 진행된 경매 진행건수는 1851건으로 같은 기간 경기지역 전체 진행건수 3699의 절반이 넘었다.

이 중 용인지역 아파트 경매 누적 건수는 총 1046건에 달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고양시 464건, 파주 227건으로 상위에 올랐다.

경매건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미분양 물량도 많았다. 실제로 미분양 물량 역시 경기지역 2만2206건의 절반을 차지했다.

국토해양통계누리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용인시는 미분양 물량이 6138가구로 경기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고양시와 파주시는 각각 3569가구, 2618가구 등으로 2, 3위를 차지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용인의 경매진행건수가 (3월누적) 1000건을 넘어선 것은 성원상떼리이크뷰의 290가구가 통째로 경매에 나온 영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택경기가 좋지 않은 지역이 경매진행건수도 많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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