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옥죄는‘미분양 덫’]층층이 불꺼진 아파트, 줄줄이 무너지는 건설사

입력 2012-04-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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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꽁꽁’…유동성 악화 건설사 25곳 도산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국내 주택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시장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집값은 수년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특히‘분양불패’라는 말까지 유행시켰던 분당과 용인, 일산과 고양 등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던 지역이 급격한 가격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넘치면서 기존 아파트 가격을 낮추고 거래를 마비시켰다. 미분양을 버티지 못한 주택전문 건설사들은 미분양에 따른 현금 유동성 악화로 무려 25개가 줄줄이 무너졌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장기 불황으로 인해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제 미분양 물량은 정부가 집계한 6만5000여 가구보다 4만여 가구가 많은 10만 가구가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10단지 아파트.
금융위기 당시만 하더라도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16만가구를 넘어섰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이명박 정부들어 수차례에 걸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시장 활성화를 꾀했지만 주택 수요자들의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토해양부에서 공식 집계한 2월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6만5000여가구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당시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할인 분양과 각종 마케팅 전략을 비롯해 정부가 돈을 풀어 지방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사들이는 등 민관의 합동작전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평가다.

그러나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건설업계에서는 국토부의 미분양 집계는 외부로 드러난 수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보여지는 6만5000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그럴싸한 포장에 가려졌다는 것. 그렇다면 실제 미분양 물량은 얼마나 될까?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10만여 가구로 추정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이 직원들과 협력업체 등에게 떠넘긴 물량과 회사 보유분 등을 따지면 10만가구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얼마전 대우건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922명의 직원들을 동원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경찰수사대에 조사를 받은 것은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이 물량이 언제든지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주택시장의 회복을 어둡게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 시행업자나 분양업자 모두 떼돈을 벌 수 있었다.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지역을 막론하고 분양만 하면 팔려 나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는 주택시장을 회복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전락했다. 국내 주택시장의 트랜드를 만들며 선도하던 아파트가 넘쳐나는 미분양 물량으로 발목이 잡힌 채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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