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증시 좌충우돌]시장은 ‘정책 연습장’인가

입력 2012-04-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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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증권부 팀장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과 외환차익거래(FX마진거래) 시장이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변동성이 축소된 탓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금융시장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흘려서는 안됩니다.”

ELW나 FX마진거래 시장이 활성화보다는 규제 쪽에 치우치면서 있으나마나한 시장으로 전락했다.

증권사들은 죽어가는 ELW나 FX마진거래시장을 바라보며 하나둘씩 철수하기 시작했고 개인투자자들도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 시장은 분명히 필요에 의해 개설된 시장이다.

ELW시장은 선물·옵션 시장을 대체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ELW는 소액투자자들이 적은 금액으로 주식을 사고팔수 있는 권리를 가진 증권을 말한다. 개인이 리스크관리를 위한 헤지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특정 종목의 주가 흐름을 읽고 고수익을 추구할 수 투자 수단이다.

그동안 ELW시장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유동성공급자(LP)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장인데도 불구하고 LP들이 제대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결국 LP들의 유동성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데다 몇년전부터 스캘퍼들(초단타 매매자)의 불공정 행위까지 발생하면서 개인들의 피해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제를 인식한 금융 감독당국은 지난달 12일부터 LP들의 시장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 간격) 비율이 15%를 초과할 때만 호가를 낼 수 있도록 강력한 규제를 실시했으나 오히려 시장 흐름을 왜곡시켰다. LP의 호가제시가 제대로 되지 않자 오히려 거래가 되지 않으면서 유동성이 점점 적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던 것.

더욱이 호가 규제와 기본예탁금 상향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ELW시장 하루 거래대금이 5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호가규제 직전 하루 평균 거래대금 약 8900억원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FX마진 거래도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체 투자처로 환차익을 노리고 해외통화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다.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적은 투자금액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일본의 일명 ‘와타나베 부인들’의 주요 투자처로 각광 받았던 FX마진거래가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고수익을 노린 단타시장으로 전락하면서 개미들의 무덤으로 불리우고 있다.

애초 ELW와 FX마진 거래는 상품설계가 복잡하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사전 홍보 및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여러번 제기됐었다. 그만큼 투자위험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을 예상치 못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분명 감독당국의 책임이다. 벌려놓고 안되면 없는 것으로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책이다. 금융시장은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금융시장은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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