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품시장 긴급점검] ① 3차 오일쇼크 일촉즉발

입력 2012-04-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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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세계 경제 화약고…국제사회 대이란 제재로 화약고 불씨 당겨

핵 문제로 궁지에 몰린 이란이 세계 경제의 화약고로 부상하면서 ‘3차 오일쇼크’를 향한 시한폭탄의 초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 등 각국은 핵 개발을 억제할 명목으로 지난달부터 이란에 강도 높은 경제 제재 압력을 가했다.

서방이 이란에 대해 결국 무력 제재 카드를 쓴다면 모처럼 회복 기조에 오른 세계 경제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유가의 상승과 함께 신흥국을 중심으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에서는 폭동까지 발생했다. 사진은 인도 정유업체 누말리가르의 정유 시설. 블룸버그

이란 사태 촉발과 함께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현재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102.8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121.26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이란 사태의 영향으로 최근 6개월간 50% 가까이 치솟았다.

세계 각국의 휘발유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3.9달러로 오른 가운데 5월이면 4.01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발표했다. 헌츠빌타임스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최근 갤런당(약 3.8ℓ) 4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일본에서도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번달 초 ℓ당 158.3엔까지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ℓ당 평균 가격은 102일째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16일 2060원대를 돌파했다.

경제 상황이 열악한 신흥국에선 휘발유 값 폭등이 폭동으로 발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4월1일부터 ℓ당 4500루피아(약 560원)에서 6000루피아로 인상키로 하면서 시위대와 치안부대와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도 이달 1일 휘발유와 디젤유 가격이 일제히 8% 인상되면서 학생들이 나서 정부의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3차 오일쇼크의 촉발을 방불케하는 이번 유가 급등은 이란발 공급 차질 우려가 배경이다.

미국이 핵 개발을 이유로 이란산 원유 봉쇄를 본격적으로 추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측의 강경 노선이 공급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의 20% 정도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하루에 원유 1700만배럴이 이곳을 지나 한국·일본·중국 등으로 수출된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악화해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3차 오일쇼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앞서 지난 11일 유럽 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유럽 100개 기업에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

이란은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그리스에 이어 조만간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원유 공급을 중단할 전망이다.

지난 14일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에 독일을 더한 6국과 이란은 핵개발 관련 협상을 15개월 만에 재개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6월28일과 7월1일 미국과 유럽의 대이란 경제 제재 발효를 앞두고 있는만큼 부담은 적지 않다.

경제 제재가 발효되면 유가는 한층 상승 탄력을 받게 된다. 8월부터는 동절기용 매수세가 유입된다.

전문가들은 유가 강세를 잡기 힘든 이유로 상승 배경 자체를 거론하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유가가 오르고, 이는 다시 경기회복에 짐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주요국의 대선 정국을 맞아 유가 강세는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법무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업계의 가격 조작 및 사기 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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