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종 홍익대학교 교수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물질 중에서 체중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물은 노폐물을 용해시켜서 체외로 배출시키고, 체내의 갑작스런 온도 변화를 막아 주는 등 생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해 문명을 일으킨 장소가 대부분 큰 하천 유역인 까닭도 인체가 생리적으로 물을 요구한다는 기본적인 필요성과 농경과 산업 활동에서 물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인류의 생활과 물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물을 잘 이용하고 다스리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농경산업이 잘 발달되어 왔고 물을 제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신라 흘해왕 21년에 축조된 김제의 벽골제에 관한 기록 외에도 의림지·공검지·수산제·대제지 등 이 시대에 축조된 저수지들을 통해서도 우리 조상들이 이수와 치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 1965년 ‘수자원 종합개발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비로소 ‘물의 자원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개발이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소양강, 안동, 대청, 충주댐 등 대규모 댐이 만들어져 홍수예방과 가뭄극복, 용수공급 뿐만 아니라 에너지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 수력발전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공급함으로서 산업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30~40여 년 전에 건설된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지금도 1500만 수도권 주민들에게 중요한 식수원이자 에너지원으로서 건설 당시보다도 오히려 지금 그 중요성이 더 커 보이니 이를 계획한 당시의 정책입안자들의 혜안에 경외감 마저 느낀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7mm로 세계 평균인 807mm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우기인 여름철에 집중되면서 가용 수자원이 26%에 불과하고 하천의 유량변동이 커 물 관리와 이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애로를 해결하고 청정수력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에 집중된 물을 가두어 둘 수 있는 댐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댐을 만들 장소도 부족하다.
아니 있다고 해도 여러 민원이나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문학적인 보상비가 들어가는 댐 건설을 강행할 만한 여력도 의지도 부족한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이 이러하다고 마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거 소양강과 충주댐의 사례에서 보듯이 물 부족, 에너지 빈곤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을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지금 우리세대에게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
지난 3월7일 OECD가 펴낸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가용 수자원 대비 물 수요의 비율이 40%를 넘어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심각한(severe)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었다는 기사는 우리로 하여금 4대강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끔 해 주고 있다.
일견에서는 21세기 최고의 자원인 물을 담아 놓을 그릇을 크게 키우고 그 물을 이용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본질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면서 소소한 문제점만을 지적하고 있다.
그들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수자원의 26%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물 관리 체계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묻고 싶다. 또한 먼 옛날 맨손으로 힘겹게 벽골제를 쌓아 올리면서 나라의 발전과 풍년을 기원하던 우리조상들의 마음을 한번쯤 헤아려 볼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