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여야 계파별 명암이 극명히 대비됐다. 새누리당에선 ‘미래권력’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따르는 친박(박근혜) 인사들이 비상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주역인 친이(이명박) 후보들이 날개도 없이 추락했다. 민주통합당에선 선거 패배에도 ‘폐족’이었던 친노(노무현계)가 부활했다.
친박계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학살’ 파동을 겪는 등 ‘핍박’을 받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박 위원장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영남권에선 최경환 이한구 유승민 의원 등이 당선됐고, 당이 패한 수도권에서도 박 위원장의 전·현 비서실장인 유정복 이학재 의원을 비롯해 한선교, 황진하, 윤상현 의원 등 다수가 생환했다. 다만 맏형격인 6선의 홍사덕 의원과 권영세 이성헌 구상찬 의원 등은 고배를 마셨다.
반면 친이계는 정권심판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18대 현역은 물론, 청와대 참모 출신 등도 대거 낙선했다. 수도권에선 범친이계인 홍준표 의원이 낙선과 동시에 정계은퇴의 뜻을 피력했고, 전재희 차명진 이범래 의원 등도 원내 재입성이 불발됐다.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과 김연광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무소속으로 나선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도 패했다.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한편 민주당은 친노계가 ‘접수’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을 필두로,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몸담았던 전해철 전 민정수석, 유인태 전 정무수석, 서영교 전 춘추관장 등이 대거 입성했다. 현역 가운데선 정세균 문희상 백원우 의원 등이 수성했다. 하지만 부산·경남의 문성근 김경수 후보 등은 ‘노풍’에도 새누리당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