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인사이드]'재정부 선거법 위반' 장관 징계될까?

입력 2012-04-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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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복지공약분석 발표…선관위 "선거법 위반" 결정

▲복지공약 분석 발표로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정치권 복지공약 분석결과’ 발표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결정에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측에서는 일반직 공무원이라면 징계 대상이고 정무직이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까지 언급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뱉어놓은 말도 기획재정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행안부는 지난 달 20일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선관위로부터 ‘경고’나 ‘고발’ 등의 통보를 받을 경우 징계조치할 예정이며, 반복적이고 고의성이 짙은 선거개입 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혀 원칙을 적용하면 이번 발표의 책임자는 징계 대상이 된다. 2010년 6·2지방선거 때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선거운동에 개입한 공무원 100여명 이상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다.

◇‘경고·고발’ 조치 당하면 엄벌에 처한다 했는데 =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기획재정부 공무원에 대한 징계 처분은 없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공직선거법 9조는 선거 중립에 대한 포괄적인 의무를 담은 조항으로 위반시 별도 처벌 규정은 없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에서는 벌써부터 형평성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 100여명 이상이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사상 처음으로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재정부의 이번 선거법 위반도 예외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과천청사의 한 공무원은 “윗선의 의지로 복지공약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뤄졌겠지만 징계는 물론이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면서 “위반 사실에 대한 법적용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미 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은 뭐가 되며 앞으로 중앙정부의 영이 서겠냐”고 비꼬았다.

선관위가 위법 사실로 적용한 법은 공직선거법 9조다. ‘공무원이나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다.

선관위는 이번 기획재정부의 정당 복지공약 분석결과 발표가 이 조항에 위반된다고 결론짓고 박재완 재정부 장관에게 경고 조치를 내리기로 전체위원회의에서 결정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조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탄핵 위기까지 갔다. 노 전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가진 대통령 취임 1주년 특별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선관위는 이 조항을 들어 당시 노 대통령에게 ‘선거 중립 의무 준수’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조율까지 한 사항인데…징계는 없다! = 선관위의 이번 조치에 재정부는 일단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사안이 확대되기는 원하지 않는 눈치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사항이니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입을 굳게 닫았다.

재정부는 공식적으로 “선거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당별 분석을 제외하는 등 최대한 노력했다”며 “이같은 노력에도 이번 결정이 나와 아쉽지만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선관위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기획재정부 바로 옆 건물을 쓸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이미 발표하기 전 조율까지 마친 사안인데 억울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3일 정치권 복지공약 분석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던 복지T/F 브리핑은 다음 날로 연기됐다. 정치권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선거운동 기간에 복지공약 분석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 때문이다. 당시 재정부는 복지공약에 드는 재정소요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외하고 다음 날 곧바로 발표했다.

브리핑에 나선 김동연 차관은 선관위의 선개법위반 지적을 의식한 듯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없다. 특히 총선 기간 중에 있고 특정 정당과 정치세력의 유불리를 주려고 하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며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재정과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로서 책임있게 업무 수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부의 수장인 박재완 장관이 선관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만큼 이미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무원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했으니 징계가 필요치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남기 정책조정국장은 “(선관위의) 주의 촉구는 선관위 조치 중에 발표 행위에 대해서 말 그대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라면서 징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일벌백계 엄중문책 원칙 세운 행안부 골머리 = 공명선거를 위해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최우선으로 정해놓은 행정안전부는 선관위의 재정부 선거법 위반 사안에 대해 아직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지난 달 말 공동으로 공명선거가 정착되고, 공정한 선거관리가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의 철저한 준수한 공직기강 확립을 내세웠지만 선관위의 사상초유 ‘장관 경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선관위로부터 ‘경고’나 ‘고발’ 등의 통보를 받을 경우 징계조치한다는 원칙을 세운 건 사실이지만 이번 건은 공직자 개개인이 아닌 기획재정부라는 기관에 주의를 촉구한 만큼 (징계를)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처음있는 사안이라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얼버무렸다.

행안부는 최근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선관위로부터 ‘경고’나 ‘고발’ 등의 통보를 받을 경우 징계 조치하겠다고 밝혔고, 반복적이고 고의성이 짙은 선거개입 행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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