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부총재 이임사에 술렁이는 韓銀

입력 2012-04-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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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주열 전 부총재의 이임사 때문에 한은이 술렁이고 있다. 물러난지 4일이 지났지만 술렁이는 분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한은의 한 팀장급 직원은 “김중수 총재에게 일침이 필요했는데 이주열 부총재가 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부총재는 지난 6일 35년간 몸담았던 한은을 떠나면서“‘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 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김중수 총재가 취임한 뒤 실행한 내부 개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주열 전 부총재는 이어 “그 간의 개혁으로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를 냉철하게 짚어 볼 때가 됐다”며 “리더와 구성원이 조직의 가치를 서로 공유해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변화가 모색되길 바란다”고 술회했다. 김 총재가 한은을 ‘이 조직’이라고 표현하는 대명사에서 벗어나 ‘우리 조직’이라고 하길 바라는 바램인 것이다.

이 전 부총재는 “이임사에 감정이 섞였다고 비쳐질까봐 완곡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이 정도 얘기도 안 하면 누가 대변해 주겠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충분히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총재가 불심지를 당겼지만 돌이켜보면 발단은 2년 전으로 돌아간다. 김 총재는 취임 뒤 한은이 정체된 조직이라며 내부 개혁을 강도 높게 실행했다. 한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기획국을 금융시장국과 통합했고 30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을 인사에서 소외시켰다. 내부를 단도리하면서 외부의 평판도 올라가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한은은 지난 2년간 ‘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다’, ‘기준금리 인상을 실기했다’, ‘독립성이 훼손됐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최근 한은 노조가 실시한 내부직원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김 총재가 취임한 뒤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답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겉으로는 글로벌을 표방하는 우리나라 안으로 시각을 돌리면 정부 안으로 들어가는 거나 진배없는 모순인 것이다.

한은의 한 1급 직원은 “김 총재가 취임한 뒤 한은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주며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며 “하지만 가장 큰 자존심인 ‘독립성’이 상처받고 있어 성과가 빛을 바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까지 이 전 부총재가 사내 게시판이 올린 이임사에는 댓글이 10여개 남짓 밖에 달리지 않았다. 정희전 전 정책기획국장이 떠날 때 200개 이상 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은의 사내 게시판은 실명으로만 작성이 가능하다. 댓글을 단다는 것은 이주열 전 부총재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것으로 비쳐질까바 안으로만 삭히고 있다.

이 전 부총재는 11일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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