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일의 움직이는 부동산]타워팰리스의 몰락

입력 2012-04-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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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일 부동산팀장

서울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찬밥 신세다. 재건축의 경우 불과 한달새에 수천만원이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최고가격을 자랑하며 부자들의 상징처럼 여겼던 타워팰리스의 가격은 지난 2006년 최고점 대비 15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인근지역의 도곡렉슬과 바로 옆 동네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역시 10억원에 가깝게 하락했다. 고가의 재건축 단지 아파트 역시 수억원씩 빠졌다. 추풍낙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서민들은 강남 집값 급락 현상을‘강부자’정권으로 불리던 이명박 정부의 몰락과 비유하면서 고소해 한다.

그 동안 타워팰리스 등 대치ㆍ도곡동 지역 고급 아파트들은 서민들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바라만 봐도 듣기만 해도 화가나고 배가 아픈 존재였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부자들만이 살 수 있는 동네로 여겼던 이 지역 아파트 가격 급락은 서민들에게 좋은 불구경 거리로 전락했다.

그 동안 소위 돈있는 부자들은 강남 아파트를 주거의 개념보다는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투기꾼들은 타워팰리스에 살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투자와 접목시켜 값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타워팰리스는 부자들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됐고, 서민들이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이 되버렸다. 일각에서는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강남권 고급 아파트 가격 붕괴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정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현상일 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워팰리스의‘몰락’을 마냥 기뻐할 수 많은 없다. 서울의 대표 아파트를 넘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고급 아파트값이 절반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한 번 붕괴되면 겉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악화된 것과 같은 현상이다. 바이러스가 컴퓨터를 망가뜨리 듯 전세계 금융과 실물경제를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마비시켜 버린 것과 다를바 없다는 말이다.

현재 부동산시장 붕괴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40%에 가까이 뛰고 있는 것이나, 중ㆍ대형 아파트 미분양 사태, 분당과 일산, 용인 인천 파주 등 아파트 거래마비 현상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부동산시장의 붕괴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뇌관이다. 금융권에서 가계부채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게 잃어버린 10년을 가져오게 한 것은 바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시켜서는 안되지만 가격 폭락 현상을 팔장끼고 지켜봐서는 안된다. 부동산 붕괴라는 시한폭탄을 해체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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