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일 부동산팀장

서민들은 강남 집값 급락 현상을‘강부자’정권으로 불리던 이명박 정부의 몰락과 비유하면서 고소해 한다.
그 동안 타워팰리스 등 대치ㆍ도곡동 지역 고급 아파트들은 서민들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바라만 봐도 듣기만 해도 화가나고 배가 아픈 존재였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부자들만이 살 수 있는 동네로 여겼던 이 지역 아파트 가격 급락은 서민들에게 좋은 불구경 거리로 전락했다.
그 동안 소위 돈있는 부자들은 강남 아파트를 주거의 개념보다는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투기꾼들은 타워팰리스에 살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투자와 접목시켜 값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타워팰리스는 부자들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됐고, 서민들이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이 되버렸다. 일각에서는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강남권 고급 아파트 가격 붕괴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정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현상일 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워팰리스의‘몰락’을 마냥 기뻐할 수 많은 없다. 서울의 대표 아파트를 넘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고급 아파트값이 절반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시장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한 번 붕괴되면 겉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악화된 것과 같은 현상이다. 바이러스가 컴퓨터를 망가뜨리 듯 전세계 금융과 실물경제를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마비시켜 버린 것과 다를바 없다는 말이다.
현재 부동산시장 붕괴의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40%에 가까이 뛰고 있는 것이나, 중ㆍ대형 아파트 미분양 사태, 분당과 일산, 용인 인천 파주 등 아파트 거래마비 현상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부동산시장의 붕괴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뇌관이다. 금융권에서 가계부채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게 잃어버린 10년을 가져오게 한 것은 바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시켜서는 안되지만 가격 폭락 현상을 팔장끼고 지켜봐서는 안된다. 부동산 붕괴라는 시한폭탄을 해체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