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의 비밀]제로금리·양적완화…"글로벌 경제위기 내가 해결한다"

입력 2012-04-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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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재정위기 거치며 구원투수 부상…비전통적 금융정책 도입에 몸부림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부상했다.

물가와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나아가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빚더미에 오른 정부 역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문제는 해결사로 나선 중앙은행 역시 가진 패는 모두 드러냈으나 경기가 여전히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전통적인 금융정책이 전통이 된 지금, 중앙은행은 경기를 자극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찾아내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 준비제도 의장.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 등의 비전통적인 금융정책을 도입했다.

이같은 정책은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기피해온 정책이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에서 근무했던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특별한 때 이외에는 미친 숙모를 옷장 속에 가두고 있는 가족’에 비유했다.

현재 상황은 옷장에서 뛰쳐나온 미친 숙모가 활개치도록 방치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낮은 수준의 인플레율과 기준금리, 장기화하는 과잉 설비, 막대한 부채의 굴레에 갇힌 재정 등이 하나의 현상으로 고착화해 속수무책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999년부터 제로 수준의 금리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막대한 자금을 풀어 국채와 회사채, 기업어음을 비롯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사들였다. 작년에는 장기 투자 활성화와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 복구를 위한 저리 융자도 실시했다.

이 같은 정책은 경기의 추가 악화는 막았지만 고용률 하락과 디플레이션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서방 세계에서도 비전통적인 정책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연준은 분기마다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앞으로는 여기에 금리도 포함시키기로 지난 1월 결정했다.

그러나 수년 후의 금리 전망을 밝히는 것이 경기 자극 효과를 유발할 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장은 고용 개선이 여전히 저조한만큼 지난 두 차례의 QE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채를 팔아 장기채를 매입하는 정책)에 이어 세 번째 QE가 단행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시장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봉합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ECB다.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안에 제로금리 클럽에 가입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CB는 국채 매입과 은행에 대한 적극 대출을 병행하고 있다.

ECB는 이 두 가지를 금융시스템의 유동성을 회복시키는 수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ECB가 3년만기 장기 대출 프로그램(LTRO)을 도입한 지금, 통화정책과 유동성 수단을 구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LTRO는 국채와 민간 채권의 가격 상승과 금리 하락을 초래해 결국 QE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모건스탠리의 엘가 바취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올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현행 1%에서 0.5%까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카드는 자연히 자산 매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불가침 영역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재정정책과 유럽 금융기관 구제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은 “시간을 버는데 중요한 정책”이라고 표현했다.

중앙은행이 번 시간을 정치권이 낭비하면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

중앙은행과 정치가 손바닥을 마주쳐야만 현재의 난국을 무난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화폐 발행을 늘려 국채 등의 자산을 매입하는 금융정책을 말한다.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한계에 봉착했을 때 국채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시중에 직접 푸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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