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강텃밭 포기’서울시의 오만

입력 2012-04-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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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정치경제부 기자

서울시가 이촌한강텃밭사업을 포기했다. 졸속 추진으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 모양새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법적 다툼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고자 자리를 옮겨 텃밭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부지를 당초 이촌한강공원에서 노들섬과 용산가족공원으로 옮겨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토부는 홍수로 텃밭이 잠길 경우 농약이나 비료 등이 강으로 스며들어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하천법 상 중지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까지만해도 서울시는 사업 추진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3일 최임광 한강사업본부장은 브리핑을 열어 “한강텃밭에는 친환경 비료와 약제만을 사용함으로써 수질오염 등 환경에 전혀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국토부가 이 사업을 환경오염사업으로 호도한 것은 유감이다”라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제 3자인 환경단체까지 국토부의 손을 들어주자 상황은 급반전 됐다. (사)환경실천연합회는 5일 “서울시의 한강공원 텃밭 조성사업 중단과 함께 훼손된 부지의 원상복구 명령과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연합회는 “친환경 유기농 경작을 한다고 해도 이미 한강 텃밭에 살포된 유기질(질소·인산 등)이 함유된 비료성분이 토양 속에 스며들어 우기철에 한강으로 직접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토부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줄다리기를 하던 서울시가 ‘장소 변경’이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데는 이 같은 환경단체의 반발이 큰 영향을 줬다.

이미 서울시는 공원조성 목적의 용도를 텃밭으로 무단 변경해 경작하도록 개인과 단체로 부터 분양의 댓가로 일정액의 관리비(20000원/1구획)까지 받았다.

이제 와서 장소를 바꾸면서도 시민과 약속을 지켰다는 발상은 뻔뻔함인가, 오만함인가. 법적 다툼을 피하고자 내린 결정이라는 주장도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변명으로 들린다.

절차를 무시한 졸속 행정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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