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기업]밖에선 "해체하라" 안에선 "친목모임이냐" 비판 목소리

입력 2012-04-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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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風에 전경련 위기론…정운찬 위원장 사퇴하며 "일부 재벌만 대변" 질타

▲전경련은 지난달 8일 롯데호텔에서 3월 회장단회의를 개최, 일자리 창출이 사회 갈등의 해소와 견실한 경제성장의 핵심이라고 보고 기업별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4.11 총선이 재계를 흔들고 있다. 여야가 모두 재벌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오너 중심체제의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가 큰 변화를 맞을 조짐이다. 하지만 대기업을 대변해야 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어디에서도 모습을 찾기 어렵다. 전경련이 중견 그룹 회장들의 ‘사교모임’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운찬발 ‘해체론’이라는 직격탄까지 맞았다. 재계에서조차도 전경련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발 해체론’ 맞은 전경련=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오전 전격 사퇴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반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와 대기업이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 동참에 미온적이었다고 강력하게 질타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대기업이 산업화 시기에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나 그러한 과정에서 정경유착으로 몸집을 키웠고, 독재가 사라지자 전경련을 만들어 재벌만을 대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야 하고 필요에 따라 발전적 해체 수순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운찬발 직격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장직을 맡으면서 공식 석상에서 전경련에 대해 “전경련이 지나친 이익단체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위원장이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경련 해체론은 일과성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이번 전경련 해체론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부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과거 특정 인물들의 주장으로 수그러진 것과 사뭇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날 전경련은 아무런 논평도 내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의 침묵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정치권을 자극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때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전경련 본연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몸을 사릴 때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납짝 엎드린다고 맞을 매를 안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에서도 경제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상 초유의 공청회에서도 전경련 해체론이 나왔다.

◇재계 위기 속 묵묵부답=대기업들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통해 나타날 국민들의 표심을 저울질하기에 바쁘다. 지배구조 개선과 재벌해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경련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사업계획안에 대기업 규제강화 대응 및 불합리한 조세제도 개선 대응을 최대 현안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회원사들에게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경련의 2012년 사업계획안은 경제활성화 방안 제시와 시장친화적 환경 조성 등으로 나뉜다, 전경련을 이를 통해 출총제, 계열사간 거래 및 지주회사 규제 등 대기업 규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대응과 법인세 증세, 버핏세 신설 등 증세 정책 도입에도 강력한 대응에 나섰겠다고 회원사들에게 공표했다.

특히 총선과 대선 등 양대 선거를 위한 정당별 공약을 검토 및 정책 제안을 올해 사업계획 중 중요한 과제로 선택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냉소적 반응이 많다.

모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전경련의 역할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별로 업종도 다각화되면서 조세 등을 빼면 서로 공통된 이해관계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화 된 대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대변인인 전경련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대 이슈인 재벌해체론 등에 대한 정치권들의 정책안은 특정 재벌에 한정되는 부분이 많아 재계 전체의 입장이라고 보기도 힘들기 때문에 전경련 측의 대응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는 재계가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과 통한다”면서 “전경련 사무국은 새 사옥이 건설된 후 회원사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살아나가는 생각 이외에는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일각에서조차 전경련이 중견그룹 회장들의 친목모임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무용론에 이어 해체론까지 거듭 나오고 있는 만큼 전경련의 위상이 다시 위기를 맞고 새로운 위상 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재계 역시 양대 선거를 앞두고 반 대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대변해야 할 전경련의 위상이 계속 추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회원사인 대기업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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