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실탄 확보하라" 특명

입력 2012-04-04 15:36수정 2012-04-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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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 1000원 어치 팔아 50원도 못 건져…포스코·현대제철, 부채 줄여 내실 다지기 나서

“1000원 어치 제품팔아 50원도 못 건졌다.”

철강업계가 지난해 경기불황으로 최소 마진을 남긴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다. 실제로 매출액 상위 20개 철강사들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4.83%로 전년 동기 대비 1.64p% 하락했다. ‘수요업계의 불황, 공급과잉, 원료가격 상승’등으로 제품을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는 의미다.

이에 올해 ‘빚만 안 지면 성공’이라는 경영 목표를 내세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대기업들이 대규모 현금확보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로 최악의 실적 저하가 예상되는 만큼 부채비율을 낮춰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SK텔레콤과 KB금융 등 6000억원 상당의 유휴 투자지분 매각을 전격 결정했고, 현대제철은 오는 12일 차환자금으로 금용권에서 3000억원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다.

올초 무차입 경영을 선포한 포스코는 SK텔레콤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보유 지분을 블록딜로 넘겨 최대 6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끌어 모을 계획이다. 정준양 회장이 밝힌 자투리 유휴지분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해 글로벌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장기 차입금 증가가 현금 차입에 대한 부담을 높인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의 차입금은 전년 대비 5조6715억원 증가한 26조8117억원에 달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곳간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때 현금성 자산이 7조원에 달했으나 현재 2조원대로 줄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92.4%에 달해 전년(80%)대비 크게 높아졌다. 포스코는 올해 내부에서만 7조2000억원 가량을 조달해 부채비율을 낮출 예정이다. 비활용성 자산 매각, 계열사 상장, 자사주 처분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중점 경영활동 중 하나로 재무건정성 제고를 꼽았다. 강학서 현대제철 부사장은 지난 2월 “수익성을 개선해 내부 창출을 확대하고, 내부적으로 운전자금 감축과 보유자산을 효율화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안한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고로 투자를 감행한 탓이다. 순차입금이 지난 2009년 4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제3고로 건설에 1조4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자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자금 조달 목적도 지난 2009년 5월 당진제철소 고로 1호기 건설에 투입된다. 투자금의 사채 만기일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올 초에도 4000억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과 차환자금을 조달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 급등, 환율 변동 등 대외변수 우려감과 함께 주 수요업계인 조선업계와 후판 부문에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재무 구조 개선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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