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제2의 중국’동남아도 ‘빨간불’

입력 2012-04-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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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인건비 상승 영향

‘제2의 중국’ ‘차세대 블루오션’이라고 불리던 동남아 제조업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른바 ‘최저임금제’로 대표되는 인건비 상승 바람이 중국으로부터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영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메이드인말레이시아(made in Malaysia)’라는 제품을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최저임금을 곧 인상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이같은 결정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태국은 오는 4월 대폭 오른 최저임금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로써 태국 고용자들의 임금은 연 평균 40%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최근 최저임금을 20%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 행진은 캄보디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영국의 의류생산업체 콴툼클로딩그룹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공장에서 잠옷 속옷 셔츠 양말 등을 생산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들의 임금 인상 바람의 시발점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월 한달 평균 임금을 8.6% 인상해 1260위안으로 정했다.

중국은 최근 부자와 빈곤층의 격차가 상당히 커지면서 이를 좁히기 위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 이어 동남아시아로 번지는 인건비 인상 바람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아시아 국가들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주변국들이 임금을 올리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저임금 매력을 갖춘 나라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남아시장에서 섬유·의류산업의 매력은 여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의류제조업체 조스.A.뱅크는 최근 중국 공장을 인도네시아로 옮겼다.

닐 블랙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네시아의 임금 인플레이션을 아직 실감하지 않고 있다”며 “의류산업은 늘 개발도상국의 몫으로 이 단계가 지나면 전자기기 같은 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으로 옮겨간다”고 말했다.

여성 전문 의류업체 뉴욕앤코는 지난 2009~2010년 중국에서 주변 아시아 국가들로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베트남 등으로 이동했다.

그레그 스콧 CEO는 “지난 1년반 동안 중국의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며 “베트남의 인건비도 상승하고 있지만 중국보다 싼 편”이라고 전했다.

여성의류 소매업체인 차밍숍도 중국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으로 옮겼다.

안소니 로마노 CEO는 “인건비가 상당한 도전과제”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인건비가 지난해 10~12% 상승하면서 차밍숍은 이집트 요르단 등으로부터 면세프로그램 혜택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주요국의 임금 인상 결정은 지난해부터 중동을 휩쓴 민주화 운동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동남아 주요국의 민주주의기 미성숙 단계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국민들이 낮은 생활수준 등에 불만을 갖고 일어설 경우 정권 유지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인건비 인상을 요구하는 수천명의 노동자들 시위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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