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강경구, 김을, 문성식, 안두진, 허윤희씨 등이 참여한다. ‘작가노트로서’, ‘일기로서’, ‘기억과 상상의 편린(片鱗)으로서’, ‘행위의 흔적으로서’ 등 다양한 드로잉을 좀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작업의 완성을 위한 준비단계 정도로만 여겨지던 드로잉(Drawing)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이후 과정과 의도, 실험성과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내밀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독립된 매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재조명된 드로잉은 다른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작업방식으로 인해 작가의 솔직한 감성을 담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업의 본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롯데갤러리 ‘감성의 기록-드로잉’전에서 실험적 작업으로 주목받는 현대미술작가 5인의 드로잉을 선보이고, 광범위한 드로잉의 한 단면에 심도 있게 접근해보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과정과 실험적 시도의 가치, 나아가 드로잉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고 다양한 상상과 해석이 가능한 작가들의 드로잉과 진심으로 소통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감성의 기록-드로인전에 대해>
오랜시간 동안 드로잉(Drawing)은 작품 완성을 위한 과정의 한 부분으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이르러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면서 결과와 마찬가지로 미술작업의 과정과 개념을 중요시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시대에서는 미술의 범주에 들지 않았던 것들 -주도적 이념의 상실, 다양한 실험, 끝없는 이야기 등- 이 미술의 작업으로 등장하였고, 이는 미술이 하나의 작품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작업세계로 완성됨을 의미합니다.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드로잉은 작업의 진정성을 서술하는 매체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드로잉은 작가가 작업을 위해 마주하는 첫 번째 매체이자, 진솔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가장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작업의 준비단계로서 간주되어온 드로잉이 독립적인 매체로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다양성과 깊이를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현대미술가들의 고민의 증거일 것입니다.
작가들은 완성의 의무감에 대한 해방과 표현범위의 자유로움 등의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드로잉을 대합니다. 그래서 드로잉은 어떤 매체보다도 작가의 감성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작가의 작업세계에 대한 상상을 구체화 시키고, 작품의 본성을 잘 나타냅니다.
드로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전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꽤 많은 드로잉 전시가 기획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대중에게 드로잉은 낯선 매체입니다. 지나친 흥미위주의 접근과 드로잉에 대한 피상적인 설명이 오히려 드로잉이란 매체를 이해하기 힘들게 하였습니다. 드로잉은 다양한 실험의 공간인 동시에 감각적인 본능의 공간이기에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시적인 공감을 제시하는 것이 드로잉이라는 매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롯데갤러리에서는 이런 관점으로 지금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5인 -강경구, 김을, 문성식, 안두진, 허윤희- 의 드로잉에 주목해 ‘감성의 기록-드로잉’전을 준비했습니다. 회화,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실험적인 작업으로 손꼽히는 작가들의 드로잉을 통해 광범위한 드로잉 영역의 한 단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작가노트로서의 드로잉-강경구
- 일기로서의 드로잉-김을
- 기억의 편린(片鱗)으로서의 드로잉-문성식
- 상상의 단면으로서의 드로잉-안두진
- 행위의 흔적으로서의 드로잉-허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