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백수노조' 청년유니온, '아픈 청춘' 대변할까

입력 2012-03-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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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집행부 출범…주목되는 행보

▲서울시가 지난 15일 청년유니온에 대해 지역노조 설립 허가필증을 교부했다. 아직은 지역 노조에 머물러 있지만 사실상 국내 노조사에 첫 합법적 비정규직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만큼 실업에 좌절하는 청년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알바생의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낼 수 있느냐에 청년유니온 운동의 성패가 달려있다.
# 이원상(가명·31)씨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다 공무원 시험으로 직렬을 변경했다. 이씨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정한 2012년 야간 최저임금 6870원(최저임금 4580원*1.5)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 김상철(가명·31)씨는 학점은 물론 어학연수와 토익, 봉사활동, 자격증 등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모두 갖췄지만 입사원서를 낼 때마다 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정규직의 80%에도 못미치는 연봉을 받는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5~29세 청년층 시간제 근로자수는 43만9000명에 달한다. 2003년에 비해 거의 50%정도 증가한 것이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2월말 현재 구직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20대 청년이 34만6000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취업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이들이다.

양질의 일자리 대신 파트타임 근로자가 늘고, 구직을 위한 활동을 전혀 안하는 말그대로 백수가 늘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청년층 고용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에서, 혹은 기업에서 고용을 늘리겠다고 말하고, 비정규직(아르바이트 포함)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나오지만 정작 현실의 청년들은 여전히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열악한 환경에서 파트타임 노동을 한다.

청년실업과 고용환경의 심각성이 다시금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백수와 아르바이트생, 취업준비생 등을 대변해온 ‘청년유니온’이 서울시로부터 노조설립허가를 받은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청년유니온은 2010년 만 15세부터 39세 이하의 구직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연대한 세대별 노조가 되겠다며 설립된 조직으로 지난 15일 서울시로부터 공식 노조설립인가를 받아 정식노조로 출범했다. 정식 허가를 받기 전에도 ‘청년유니온’은 편의점이나 피자 알바생의 노동환경 개선이나 청년에게 힘을 실어주는 문화운동 등을 통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에는 1기 지도부가 물러나고 새롭게 2기 지도부를 꾸려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노조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하다.

◇청년 전체의 목소리 담을 수 있을까 = 서울의 한 대학교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모(24)씨는 “야간 아르바이트나 주말 근무시 더 많은 알바비를 받아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며 “일을 구하는 학생은 많지만 일자리는 부족해 알바비에 관한 한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청년층 구직자와 기취업자 등을 대변하는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은 실제 아르바이트생들이 사용자와 직접 교섭이 힘든 사안에 대해 노동상담과 캠페인 등을 펼쳐 아르바이트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10년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피자 배달사원으로 근무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대형 커피숍이 아르바이트생 주휴수당을 미지급한 사건에서 청년유니온은 해당 기업을 상대로 ‘30분 배달제 폐지’, ‘주휴수당 지급’ 등 사실상의 ‘백기’를 받아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올해 2기가 출범한 청년유니온은 서울시 노조설립인가를 받아 지금보다 더 다양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특히 청년 노동 공청회 개최, 노동 캠페인, 등록금 인하와 같은 사회적 현안 발생시 각 시민단체와 연대해 사안에 적극 대처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지혜 위원장은 “사실 1기때는 30분 배달제 폐지나 주휴수당 지급 등 이슈화에 힘을 쏟다보니 청년문화를 많이 만들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정식 인가를 받은 만큼 청년문제 전체를 테이블에 놓고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치편향보단 순수노조의 길 걸어야 = 한 위원장은 “한나라당도 정책만 좋다면 지지할 수 있다. 실제 한나라당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했던 사람도 조합원으로 포함돼 있을 만큼 조직 내 문화는 수평적이고 자유롭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정치적 집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서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청년유니온 1기 위원장을 지낸 김연경씨는 통합민주당 입당을 고민했고 청년유니온 최초 기획자이자 1기 집행부를 함께 했던 조성주씨는 통합진보당의 청년 비례대표 선출 과정인‘위대한 진출’후보로 참여했다. 또 한미FTA 반대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초기에 이들이 주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김신애(가명·35)씨는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생의 처우 문제를 다루거나 문화제나 토론, 강좌 등을 열어 소통의 분위기가 있어 순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최근에는 정치적인 활동 외에는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FTA반대 집회 참가와 정치권의 정책 지지 등은 청년의 노동권과 관련해 연대한 것일 뿐 정치적 편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 위원장은 “본질적으로 청년의 아픔과 괴로움을 대변하는 활동을 할 뿐 정치권이나 기성노조가 될 생각은 없다”며 “다만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연대를 고려할 수 있고 연대에는 정치적 색채는 기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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