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내기에 급급 '적자 공사'…예상가 절반 계약 수익성 '뚝'
해외사업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가열되면서 제살깎기식 과당경쟁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설사가 해외에 진출한 국가수는 지난해 59개 나라에서 58개 나라로 줄어들었다. 반면, 진출한 업체수는 112개사에서 118개사로 5% 늘어났다. 이는 먹을거리는 한정돼 국제 시장에서 과열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어느 정도 수주를 해서 매출액을 기록해야 하기때문에 출혈경쟁을 하더라도 공사에 뛰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눈앞에 수주실적 내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적자공사 등 사실상 원가도 못 건지고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최대 해외 플랜트 중 하나인 사우디 A지역 정유공장 프로젝트는 과당경쟁이 낳은 대표적인 공사다. 이 프로젝트 대부분을 국내 업체들이 독식했지만 경쟁 과열로 수주금액이 당초 예상가에 절반 수준에 머물러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다.
실제로 D건설사는 당초 예상 수주금액 23억달러, 12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계약을 체결했다.
동남아ㆍ인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끼리 출혈경쟁으로 100을 기준으로 70에서 경우에 따라 무려 50까지 덤핑을 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상당히 위험한 행동들이 해외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과당경쟁을 하다보니 발주처에서 이를 악용해 저가낙찰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칫하다 그동안 애써 일궈 놓은 해외시장에서의 노력과 명성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편중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견 업체는 더 발을 들어놓기 힘들어졌다. 상위 10개 건설사가 수주액의 82%(487억달러), 상위 15개 건설사가 수주액의 91%(542억달러)를 차지한다. 해외 건설산업의 균형성장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기회에 해외건설 사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의 계기 마련도 필요하다”면서 “해외건설은 국내건설과 달리 다변화되고 있기에 글로벌 진출에 대한 전략의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