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고속철·카자흐 신도시…정부 호들갑에 민간업체만 피해
최근 권도엽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년 온 이후 성사된 것처럼 밝힌 사우디아라비아 50만가구 신도시 건설은 양해각서(MOU)조차 체결하지 않은 사업이지만 마치 수주라도 한 것 처럼 떠들썩 했다. 사우디 정부와의 협력이 순조롭게 이뤄져 MOU 등이 체결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7월께 7000가구의 물량이 예정돼 있을 뿐이지만 이는 축제 분위기에 묻혀버렸다. 구체적 사업 일정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사우디 정부와 추진했던 시범단지 1만가구 사업도 아직까지 수주가 결정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 기업에서나 있을 법한 실적 부풀리기와 여론몰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제2의 중동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어린아이 마냥 들떠하는 이유는 고유가에 따라 중동국가들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사우디 등 중동국가에서 대규모 토목이나 플랜트 발주를 할 것이라는 예상은 말 그대로 기대일 뿐이다. 발주를 반드시 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지난 2008년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 수주를 위해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 현대중공업 등으로 구성된 ‘브라질고속철도 한국사업단’을 구성해 수주에 올인했다. 2009년 정종환 장관이 브라질을 다녀오면서 450억 달러의 자이언트급 프로젝트를 따논 당상이라는 식으로 홍보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현재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당시 정부의 말을 믿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민간업체는 등을 돌렸다.
또 민간사업으로 추진했던 4조5000억 규모의 우림건설의 카자흐슨탄 애플타운 도시개발 사업은 해당기업을 워크아웃으로 내몰았다. 성원건설이 추진한 바 있는 1조원 규모의 토브룩 신도시 개발공사 역시 회사를 부도에 처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ㆍ부동산 시장이 수년째 내리막을 걸어오면서 믿을 곳은 해외 진출을 적극 타진하는 것은 좋지만 정부가 호들갑을 떨며 ‘침소봉대’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는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지난 2010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부터 하락세를 이어왔다.
실제로 2010년 해외건설 수주 716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591억 달러로 뚝 떨어졌다. 올해 들어 해외건설 수주액은 더욱 급감하고 있다. 지난 20일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36억 달러로 작년 같은기간 87억달러의 절반도 못미친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정부가 목표한 수주액 700억 달러 달성은 묘연하다.
해외건설 분야 한 전문가는 “민간건설사들이 해외로 진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하는데 자신들의 공적 알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위험이 크다는 사실은 아예 알리지도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