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의 企와 經]삼성도 변해야 한다

입력 2012-03-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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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곤 산업부 팀장

삼성전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방해 혐의로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역대 최고 액수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조사방해 행위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고위 임원에서부터 외부 용역업체까지 가담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거짓말과 빼돌리기, 바꿔치기 등 범죄조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각종 수법들을 총동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조사방해 혐의에 의한 과태료 부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2005년과 2008년에도 각각 5000만원과 4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한 번도 아닌 세 차례씩이나 같은 혐의에 의한 과태료 부과라는 점에서 쉽게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삼성은 지난달에도 이해할 수 없는 행위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체면을 스스로 깎아내렸다. 이건희 회장이 친형 이맹희씨으로부터 부친의 유산을 둘러싸고 소송을 당한 상황에서 삼성물산 직원이 이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는 의혹을 산 것이다. 삼성은 미행이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 역시 처음이 아니었다. 이재현 회장 집에 CCTV를 설치해 감시 의혹을 샀던 과거가 있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쟁 하에서 기업의 활동이 자의든 타의든 더러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날 때도 있다. 시장 장악을 위해 다소 무리수를 두는 기업의 사례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치국가에서 정당한 법집행에 정면 도전한다든지, 혹은 반인권 행위에 조직적으로 직원을 동원하는 등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삼성은 하루속히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살 수 밖에 없는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폭언, 폭행, 현장진입 지연·저지 등 조사방해에 형벌(3년 이하 징역, 2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공정위는 향후 “불공정행위의 적발·시정을 어렵게 하는 기업에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현장진입 지연 등에는 형사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적 처벌 이전에 행위자들의 도덕적 기준부터 바뀌어야 한다.

삼성은 지금까지 공정위 조사와 관련된 불미스런 행위가 발생했을 때마다 직원 개인 차원의 애사심 혹은 정당한 기업활동의 일환이라는 등의 해명을 내놓았다.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처도 당연히 없었다.

삼성 사장단이 담합 행위가 적발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해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같은 논리라면 빈말이 될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삼성이 이같은 행위들을 정말 개인의 애사심과 정당한 기업활동의 일환이었다고 한다면 삼성은 지금까지 통용돼 왔던 삼성식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합당한 기준 마련과 그에 따른 임직원 교육 및 실천도 병행돼야 한다. 시장은 삼성 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많은 경쟁 회사들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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