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랑’ 한마음이지만 잘못되면 “네탓” 딴목소리
민간 어린이집의 집단 휴원 공포가 일단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정부도, 아이 엄마도, 보육교사도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꿈꾸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걸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아이를 직접 맡기는 엄마와 엄마 대신 아이를 돌보는 어린이집 교사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에서 아이 양육을 위해 일을 그만둔 초보맘 고은이(28·구로)씨와 천안의 민간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는 최정현(31·가명)씨가 아이 돌봄에 대한 동상이몽을 들어봤다.
▲동상(同想) 딱 하나, ‘아이를 잘 돌보는 것’
-최정현(이하 보육교사) : 어린이집 교사가 힘들지만 딱 하나, 정말 아이가 좋아서 시작했고 그것 때문에 버티고 있다. 내가 얼마를 버는지 말하는게 창피할 정도록 적은 돈을 받지만(실제로 최정현씨는 복지부에서 조사한 어린이집 교사 평균 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고 있다) 아이들이 ‘선생님~’이라며 활짝 웃으며 안기거나 ‘선생님 주려고 그렸어요’라며 꼬깃해진 종이에 그림을 그려주면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우리가 자기계발을 간과하는 것도 아니다. 단어 수준에서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면 좋을 것 같아 나는 북경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물론 월급 협상에서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되는대로 아이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도 신경쓰는 어린이집 교사도 많다.
-고은이(이하 아이엄마) : 엄마들도 가능하면 내 아이 내가 잘 돌보고 싶다. 육아 서적을 보면 보통 세 돌이 넘어야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나온다. 자아형성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사회성부터 기르게 하는 것은 무리다. 곁에서 하나씩 다 가르치고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이지만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 많아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이다. 내가 신경쓰듯이 아이를 돌보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 문제다. 혹자는 어린이집 가면 생활습관이 고쳐진다고 하는데 이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눈치가 생기는 것이다. 어쨌든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선생님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에게 모성애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모두 친절해도 아이를 길러본 선생님과 아닌 선생님은 차이가 있다.
▲이몽(異夢) 하나, 아이 때리는 교사와 아이 엄마에게 맞는 교사
-아이엄마 :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불신이 크다.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CCTV가 보도될 때마다 불안하다. 모든 교사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지만 이런 뉴스가 한 두번 나온게 아니다.
-보육교사 : 아이 엄마한테 맞는 교사는 보도가 안 된다. 직접 때린 것을 본 적은 없지만 아이끼리 싸워서 다쳤는데 한 아이 엄마가 어린이집으로 찾아와 선생님 앞에 놓인 장난감을 집어 던졌다. 또 아이가 넘어져 얼굴에 가느다란 실선으로 스크래치가 났는데 구청에 민원 넣고 소송하겠다고 찾아온 엄마도 있다. 동네 병원에 데려갔더니 의사가 후시딘을 바르면 된다고 말하자 아이를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결국 우리가 진료비 내고 이상 없다고 나오자 마무리됐다.
-아이엄마 : 내 아이 하나 돌보는 것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선생님은 한 사람이 대여섯을 돌보니 쉽지 않다는 것 이해한다. 다만 돈을 주고 맡기는 것이므로 아이에게 애정을 쏟기 바라는 것이 엄마 심정이다. 어떤 엄마들은 교사들이 장갑끼고 귀저기 똥 닦는다고 뭐라 하는 엄마들도 있다. 애정을 주는 것은 접촉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걸 더럽다고 생각하는 유난스러운 엄마들도 있더라.
▲이몽(異夢) 둘,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면 위생불량, 집에서 아프면 아이가 약한탓
-아이엄마 : 위생문제도 염려가 된다. 어린이집 자주 다니는 아기들은 병도 자주 걸린다. 한 명이 수족구 걸리면 다 걸리고 특히 민간의 경우 규모가 작아서 애들이 더 쉽게 병에 걸린다고 한다.
-최정현 : 요즘 어린이집은 1주일에 한 번 업체를 불러 시설 및 장난감을 소독한다. 매주마다 위생관리를 해도 봄철, 환절기, 겨울철이면 감기나 수두 등 유행병이 돈다. 이건 집단 생활을 하는 곳이라면 어쩔 수 없다. 학교에서는 전염 안 되나?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면 부모에게 알리지만 아이 엄마도 아픈 아이를 집에 둘 수 없으니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이다. 솔직히 아이가 아프다고 다른 아이를 제치고 그 아이만 볼 수 없다. 그럼 다른 엄마들이 왜 아픈 아이를 받아서 그 아이만 보냐고 거세게 항의한다.
▲무상보육? 글쎄..
-아이엄마 : 그거 아나, 엄마들끼리 싸움 붙었다. 회사 다니는 엄마들과 가정주부들이 무상보육으로 싸웠다. 워킹맘들은 생계를 위해 일 하는 엄마들이 지원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돈 안 벌고 집에 있는 가정주부 아이가 어린이집 이용해 공공 어린이집 정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가정주부들이 똑같이 세금내는 우리도 아이 보는건 힘든데 왜 양보해야 하냐며 맞받아쳤다.
무상보육도 좋지만 나라에서 성급하게 결정한 것 같다. 정말 돈이 많이 들고 국민들의 세금 많이 내야 하면 좀 더 현명하게 시행했어야지 정치권에서 무상보육을 외친 것은 일종의 표심이라는 생각을 떨칠수 없다. 정치인들도 막상 2살 이하는 엄마가 겁나서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적다는 사실을 노린 것 같다. 실제로 내 주변 3세는 어린이집에 모두 보내지만 0~2세는 정말 어렵지 않은 이상 안 보낸다.
-보육교사 : 어린이집 원장님과 아이 엄마들은 무상보육으로 확실히 혜택 받는다. 정원이 늘어나면 그만큼의 비용이 시설로 들어오고 엄마들은 나랏돈으로 아이 키우니까 나쁠 것 없지. 다만 새로운 보육교사 채용없이 시설의 아이가 늘어나면 교사들은 더 힘들어진다. 혹시 교사 채용한다고 안 그래도 적은 월급 더 줄일까 겁난다. 인간적으로 지금 월급으로 교사들이 부모 생각처럼 아이에게 정성을 쏟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교육을 곁들인 질 좋은 보육을 바라는 것은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