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규제 강화·장기 엔고로 전략 차질
일본의 개인 외환 투자자,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들의 치맛바람이 잠잠해졌다.
외환거래(FX) 규제 강화로 투자 재미가 덜해진 데다 엔화의 지속적인 강세로 거래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 거래 규모 4조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자금력을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작년 4월 시점에서 이들의 거래량은 163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일본 전체의 59%에 상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는 두드러지게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1월 외환 거래는 FX 증거금 배율 상한제가 한층 강화된 작년 8월에 비해 16% 감소했다.
전통적으로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매입보유전략(buy-and-hold)을 고수해왔다.
엔을 팔아 고수익 통화를 사는 식이다.
이들은 작년 3월17일 엔화 초강세를 유발해 주요 7국(G7)이 공조해 시장 개입을 단행하게 만든 주범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는 대지진이 일본을 강타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75엔대까지 치솟으며 일본 경제 전반을 짓눌렀다.
하지만 규제 당국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외환거래 규제에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과거에는 고객이 맡긴 증거금에 대한 거래 제한이 없어 레버리지(증거금 배율)는 200배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4월 레버리지 상한은 50배로 제한됐고, 1년 후인 작년 8월에는 규제가 한층 더 강화돼 25배로 낮춰졌다.
여기다 해외 저금리 기조와 지난 2년 간 계속된 엔화 강세로 ‘와타나베 부인들’의 호시절도 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토추상사 산하 증거금거래회사인 FX프라임의 우에다 마리토 전무이사는 “개인 투자자의 존재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규제 강화로 인해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한층 단기 지향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80엔에 달러를 사 81엔이 되면 파는 식이다.
우에다 전무는 “현재 신규 거래 참여자의 95%가 단기거래를 지향하고 있다”며 “매입보유전략을 취하는 투자자는 오히려 보기가 드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서는 투자전략을 바꾸기도 한다.
프로나 참여 가능한 옵션계약은 매우 복잡하지만 개인 투자자용 ‘바이너리 옵션(BO, 외화 변동 방향을 예측하는 옵션거래)’은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O는 통화가 일정한 계약기간에 상승할지 하락할지를 투자자에게 단순히 판단하게 하는 구조다.
FX트레이드파이낸셜의 오타 준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BO는 단순 명쾌 그 자체”라며 “덕분에 옵션거래는 1년 전의 8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FX트레이드는 고객들에 최저 1000엔당 1시간의 BO를 제공하고 있다.
통화 상승을 예측하고 BO를 매입, 정해진 시간에 실제로 상승할 경우 상승률에 관계없이 투자금액의 1.8~1.9배가 지급된다. 예측에 어긋나면 전액을 잃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