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 '화차' '가비'…대체 무슨 뜻이야?

입력 2012-02-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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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를 장식하는 영화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모두 좀처럼 뜻을 알 수 없는 한자어를 썼단 점이다.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판정을 받고, 재심의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로 등급을 확정한 영화 ‘줄탁동시’부터 ‘화차’ ‘가비’ ‘양자탄비’가 그 주인공들이다.

2005년 스무 살에 장편 데뷔작 ‘얼굴 없는 것들’로 세계 영화계를 뒤집어 놓은 김경묵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줄탁동시’(3월 1일 개봉)가 제목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다. 보통 제목을 보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기존 영화들과 달리 ‘줄탁동시’는 몇 번을 읽어봐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서 껍질 안에서 쪼는 것과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트리는 행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김 감독은 탄생과 소멸, 그리고 부활을 다룬 김지하의 시 ‘줄탁’ 에서 제목을 취했다. 인터뷰마다 제목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고 쇄도하자 감독은 “제목이 특이한데도 헷갈리는 분들도 많더라. 어떤 분은 ‘신탁통치’ 잘 돼 가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사전적 뜻과 영화 제목으로써 의미는 조금 다르다. 탈북자 소년 ‘준’과 몸을 파는 게이 소년 ‘현’이 도시에서 떠도는 삶을 그린 이 영화는, 미숙한 두 소년이 자신을 찾는 과정을 그린 성장 영화다.

어쩌면 둘이 아닌 하나인 ‘준’과 ‘현’이 안과 밖에서 분신처럼 동시에 존재하기에 안팎에서 ‘줄’과 ‘탁’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껍질을 깨고 비로소 세상에 나온다. 즉, 이 영화는 ‘줄탁동시’의 본래 의미와는 달리, 두 소년으로 분열된 하나의 인물이 자기 내부의 나르시시즘과 마주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계속되는 삶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려는 두 인물의 고군분투를 그려낸 영화다.

<줄탁동시>를 시작으로 3월에 개봉하는 영화 중 한자 제목을 가진 영화들은 더 있다. 8일 개봉하는 영화 ‘화차’ 역시 바로 뜻이 파악되지 않는다. 사라진 약혼녀를 둘러싼 충격적 미스터리를 담은 이 영화의 제목 ‘화차’(火車)는 일본 민담에 등장하는 '악인이 올라타면 절대로 내릴 수 없는 지옥행 수레'라는 의미다. 제목에 대해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은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제목을 열심히 노력해서 관객들에게 전달시켜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종 황제의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 ‘가비’ 역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특한 제목 ‘가비’(加比)는 커피의 영어 발음을 따서 당시 커피를 부르던 말로, 영화 속에서 커피가 중요한 소재임을 암시한다. 주윤발의 출연으로 더욱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 ‘양자탄비’ 도 생소하다. ‘양자탄비’(让子弹飞)는 영화 속 대사로 ‘그냥 총알이 날아가게 두라'는 뜻.

영문제목 ‘Let's the bullets fly’를 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평범한 노부부의 특별한 사랑을 다룬 영화 ‘해로’ 역시 한자 제목으로, 부부가 한 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어간다는 뜻이다. ‘백년해로’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하면 쉽게 와 닿는다. 이처럼 다양한 영화들이 궁금증을 자극하는 한자제목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관심을 받으며,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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