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국내 금융사 ‘무덤’되나?

입력 2012-02-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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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들이 인도네시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데다 우리나라 기업도 많이 진출해 있어 영업망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 높아진 인수가격 등으로 인해 사실상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인도네시아 현지에 주재원을 파견해 시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이르면 오는 4월께 직접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현지 시장 상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운영 중에 있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금융회사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아시아 금융벨트’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지의 C은행과 M&A 협상 중에 있다.

롯데캐피탈은 지난달 ‘롯데캐피탈 인도네시아(PT. Lotte Capital Indonesia)’란 법인명의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을 결정했다. 다음달 중으로 법인 설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인도네시아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동남아 국가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많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규제 등으로 시장진출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최근 현대증권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인도네시아 금융회사 인수를 포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해외진출 전략이 바뀐 것도 있지만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 등이 까다롭고 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진출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최소 2~3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최대 주주의 은행 지분 소유를 국적에 상관없이 기존 99%에서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법을 준비 중에 있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은행인 만디리은행과 전략적 제휴(MOU)를 맺고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민은행은 애초 법인 설립이나 현지은행의 인수합병(M&A)를 고려했으나 현지 당국의 규제를 감안해 MOU를 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여기에 금융회사 진출이 집중되면서 기존에 매물로 나온 현지 금융회사들의 가격이 급등한 점도 주요 원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은행과 현지 은행의 M&A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가격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장 진출이 어려운 만큼 장비빛 전망을 갖기 보다는 면밀한 분석 등을 통한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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